경찰의 집회 대응과 관련한 양쪽 주장 비교
상경 차단·지하철 무정차 등 법 ‘고무줄’ 해석
민변 등 “경찰조처 과잉금지 원칙 벗어나” 지적
민변 등 “경찰조처 과잉금지 원칙 벗어나” 지적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의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경찰의 시위대 상경 차단, 차벽 설치 등과 같은 집회 대응이 다시 벌어질 조짐이다. 경찰의 이런 조처가 합당한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상경 차단=경찰은 지난해 11월22일 범국본 집회 때 지방에서 일어난 방화·폭력사태 뒤 범국본의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려는 노동자·농민을 현지에서 막아왔다.
경찰은 ‘범죄행위가 눈앞에서 행해지려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 등의 경우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도록 한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02년 서울지법 판결을 들고 있다. 당시 대우조선과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이 금지통고된 부평역·수원역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거제와 창원 등지에서 버스로 출발하려는 것을 경찰이 막았는데,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자 법원은 “적법한 공권력의 행사였다”며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당시는 매일 화염병이 등장하는 때여서 ‘이번 집회도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었으나, 이번 범국본 집회는 그렇지 않다”며 “민사재판 판결을 근거로 형사적 사안에 대입하는 것도 무리”라고 주장했다.
차벽 설치=경찰은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거나 금지된 장소에 모일 경우, 경찰버스를 줄줄이 늘어세워 시민과 차단하는 차벽을 설치해 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2003년 10월 헌법재판소 결정은 ‘집회가 국가권력에 의해 세인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장소나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장소로 추방된다면 기본권의 보호가 그 효력을 잃게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며, 경찰의 조처가 ‘과잉금지의 원칙’을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경비국은 “지난해 이택순 경찰청장의 지시 뒤 차벽 설치는 최소화하고 있다”며 “차벽마저 설치하지 않으면 시위대의 도로 점거로 인한 교통 흐름 방해는 훨씬 심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하철 무정차 통과=경찰은 지난 10일 집회 때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시키고, 독립문역에서는 하차 승객이 출구로 나오는 것을 막았다. 모강인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은 “혼란이 우려될 경우 무정차 통과가 가능하도록 한 도시철도공사법 등을 근거로 공사 쪽에 ‘협조 요청’을 하는 것일 뿐, 결정은 그쪽에서 한다”고 말했다.
이에 다산인권센터의 박진 활동가는 “경찰이 관련 규정을 너무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영섭 변호사도 “무정차 통과는 현재 폭력시위가 벌어지고 있어 승객 가운데 일부가 가세할 경우 폭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거나, 경찰 권한 행사 당시에 일정 정도 폭력행위가 일어나고 있어야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인권위, 경찰에 “집회 원천봉쇄 말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오는 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주최로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집회를 금지하거나 원천봉쇄하지 말 것을 22일 경찰에 요청했다. 인권위는 범국본에도 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경찰은 인권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김기용 경찰청 정보3과장은 “그동안의 기조를 변경할 만한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국본이 인권위에 준법 평화집회를 약속했다고 하지만, 인권위의 말만 믿고 경찰이 실험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범국본은 23일 아침 7시30분부터 서울 시내 지하철역 100여곳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1인 시위와 퍼포먼스 등을 벌인다. 여기엔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과 정대화 상지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이재명 전종휘 기자 miso@hani.co.kr
이에 다산인권센터의 박진 활동가는 “경찰이 관련 규정을 너무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영섭 변호사도 “무정차 통과는 현재 폭력시위가 벌어지고 있어 승객 가운데 일부가 가세할 경우 폭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거나, 경찰 권한 행사 당시에 일정 정도 폭력행위가 일어나고 있어야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인권위, 경찰에 “집회 원천봉쇄 말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오는 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주최로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집회를 금지하거나 원천봉쇄하지 말 것을 22일 경찰에 요청했다. 인권위는 범국본에도 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경찰은 인권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김기용 경찰청 정보3과장은 “그동안의 기조를 변경할 만한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국본이 인권위에 준법 평화집회를 약속했다고 하지만, 인권위의 말만 믿고 경찰이 실험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범국본은 23일 아침 7시30분부터 서울 시내 지하철역 100여곳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1인 시위와 퍼포먼스 등을 벌인다. 여기엔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과 정대화 상지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이재명 전종휘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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