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간부 9명은 ‘위원장님 힘내세요’ ‘무단결근에 대한 통보’라는 제목의 전자우편 여러통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노조 간부들이 별다른 의심 없이 전자우편을 열어보게 하려고 경찰이 가족, 노조 간부, 직장 상사 등의 이름을 훔쳐 보낸 것이었다. 전자우편을 열어보면 아이피가 추적돼 위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1일 이런 ‘함정 메일’에 걸려 체포된 노조 간부들이 경찰의 과잉수사를 문제삼아 낸 진정을 조사한 결과, 다른 사람의 이름을 훔쳐 전자우편을 보내는 수사 방법은 인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이런 수사기법은 이름을 도용당한 주변 인물들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고,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는 범죄적 방법을 사용한 것”이라며, 사이버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한 간부는 “수사를 위해 위장 메일을 보내는 경우는 있지만, 특정인의 이름으로 보내는 것은 사기명·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별명 등을 써야 한다”며 “최근엔 포털업체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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