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수용자 인문학 강좌’를 연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13일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공동대표가 수용자들에게 철학 강의를 하고 있다. 의정부/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대표의 교도소 첫 ‘인문학 강좌’
나와 남의 몸 중요성 강조…재소자들 “유익한 시간”
나와 남의 몸 중요성 강조…재소자들 “유익한 시간”
“눈빛, 얼굴 표정, 말투, 동작. 이 네 가지는 내 몸이 어떤 몸인가를 잘 말해줍니다. 이것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나도 모르게 만들어진 것이고, 좀처럼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그 특징이 있고, 일에 따라 나타나는 방식도 다릅니다. 이게 몸틀입니다.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잘 살려고 노력합니다.”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대표가 26명의 수강생들을 앞에 놓고 지론을 펼쳤다. 수강생은 푸른색 수의를 입고 짧게 머리를 깎은 수형자들. 이들은 총총한 눈매로 조 대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강의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최근 노숙인들을 상대로 한 인문학 강의가 수강생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내자, 이번엔 인문학 강의가 교도소를 찾았다. 13일 오후 법무부와 인권실천시민연대가 함께 마련한 ‘수용자 인문학 강좌’의 첫 강의 무대는 경기 의정부교도소 정보화교육실이었다.
조 대표는 수형자들을 상대로 자신과 남의 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특유의 ‘몸 철학’을 풀어냈다. 인생의 가치관을 ‘소유’보다는 ‘향유’에 두자는 것 등이 강의 요지였다. 조 대표는 강의 뒤 “수강생들이 수형자라는 특성 때문에 가능한 한 딱딱한 이론을 피해 쉽게 설명하려고 했다”며 “남의 몸을 소중히 여길 줄 알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형자들은 이날 강의가 꼭 필요한 것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살인 혐의로 1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김상기(50·가명)씨는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생활을 하는데다, 처음엔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고 나와 거리가 먼 느낌이었으나 듣다 보니 내 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5년 형을 선고받고 내년 10월 만기 출소하는 이필수(42·가명)씨는 “꼭 필요한 강의인데, 첫날이라 느낌이 잘 오지 않았다”며 “선생님이 우리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 대해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의는 석달을 한 학기로 삼아 매주 화요일엔 조 대표가 철학을, 목요일엔 문학평론가 이명원씨가 문학을 강의한다. 법무부는 이번 인문학 강의가 반응이 좋으면 다른 교도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의정부/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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