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의자 6명 검거…“경영권 갈등 외삼촌 사주”
인천공항 골프장 사장 납치 사건을 수사해온 인천공항경찰대는 범행에 주도적 구실을 한 검사 출신 변호사 김아무개(41)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인천공항경찰대는 지난달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경기도의 한 골프장 사장 강아무개(56)씨와 아들(24), 운전기사 은아무개(40)씨 등 3명을 납치한 김씨 등 용의자 6명을 붙잡아 3명을 구속하고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인천지방법원은 13일 오전 10시30분 김씨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또 납치 배후로 지목됐던 강씨의 외삼촌 윤아무개(66)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은 납치 과정에서 강 사장 일행에게 ‘국가정보원에서 밀수 혐의로 조사할 것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며 “김 변호사가 대전지검의 한 지청과 국정원 파견 근무를 한 경력이 있어 이런 수법을 생각해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 결과를 보면, 골프장 사장 납치 사건은 골프장 경영권을 둘러싼 친인척 사이의 갈등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외삼촌 윤씨는 1984년 골프장 조성 때부터 회장이었던 강씨의 아버지(85)를 도와 골프장이 제 궤도에 오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2000년 7월 골프장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해 당시 사장이었던 강씨의 동생과 호흡을 맞추며 골프장 운영에 참여하다가 2002년 강씨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골프장 운영에서 손을 뗀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부터 윤씨는 강씨와 관계가 악화됐으며, 그 뒤 골프장 법인 명의로 거액을 대출받은 사실 때문에 골프장 쪽에 의해 고소당한 뒤 구속되자 감정이 쌓여간 것으로 보인다. 윤씨가 형을 마치고 출소한 뒤에도 골프장 쪽은 윤씨에게 50억원대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해 윤씨와 강씨 사이의 악연은 커져갔다.
경찰은 강씨가 납치돼 강원도 한 펜션에 갇혀 있다가 탈출한 뒤 윤씨를 납치 사건의 배후 인물 가운데 1명으로 지목하자, 윤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출국금지 조처했다. 경찰은 특히 윤씨가 서울의 한 경호업체에 납치사건 당일 강씨의 입국 시간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확인하고 윤씨를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윤씨가 “강씨가 귀국하면 고소할 건이 있어서 귀국 일시를 알아봐 달라고 했을 뿐 납치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자 윤씨를 돌려보낸 뒤 증거 수집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은 통신내역 조회와 탐문 수사를 통해 윤씨가 납치를 사주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고 윤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13일 오전 10시 공항경찰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강씨 등 일행 3명은 지난 2월26일 저녁 7시43분 인천공항 1층 3번 출입문 앞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흰색 승합차에 납치된 뒤 강원도 펜션에 갇혀 있다가 28일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 이재명 기자, 연합뉴스 miso@hani.co.kr
강씨 등 일행 3명은 지난 2월26일 저녁 7시43분 인천공항 1층 3번 출입문 앞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흰색 승합차에 납치된 뒤 강원도 펜션에 갇혀 있다가 28일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 이재명 기자, 연합뉴스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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