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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자도 마구 패는데 하물며 시민은…”

등록 2007-03-11 21:0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전날 열린 협정 반대 시위에 대한 경찰의 폭력 진압에 항의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전날 열린 협정 반대 시위에 대한 경찰의 폭력 진압에 항의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경찰, 반FTA집회서 기자·시민 마구잡이 폭행
한겨레, 조선일보 등 취재진 8명 시위대 20명 부상
경찰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 참가자들과 이를 취재하던 언론사 기자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해, 다시 ‘폭력 경찰’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11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폭력 탄압을 규탄하며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오종렬 범국본 공동대표는 “시위대 20여명과 취재기자 8명이 부상을 당했다”며 “경찰이 취재기자들까지 무자비하게 폭행하는데, 집회에 참가한 일반 시민들에게는 오죽하겠느냐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저녁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노동자·농민·학생 3천여명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경찰과 대치한 상태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저녁 7시15분께 종로 보신각 앞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에게 갑자기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거칠게 인도로 밀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틈바구니에 낀 <한겨레> 최원형 수습기자가 전·의경 곤봉으로 뒷머리를 얻어맞고 방패에 부딪쳐 입술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오마이뉴스> 최아무개 시민기자도 콧등을 방패에 찍혀 다섯 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입었고,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연합뉴스> <조선일보> <민중의 소리> 등 신문·방송·인터넷 언론사 기자 8명이 경찰에게 얻어맞았다.

경찰의 무분별한 폭력에 시위대의 부상도 속출했다. 농민 정흥중(45)씨는 경찰 방패에 찍히는 바람에 왼쪽 귀가 찢어져 피를 흘렸다. 1급 시각장애인 이경호(29)씨도 “턱이 없는 인도를 찾고 있는데 전경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어깨랑 팔을 잡고 들어올렸다 놨다”며 길바닥에 걸터앉아 고통을 호소했다.

경찰은 이후에도 인도 위로 올라간 시위대와 취재진을 향해 방패와 몽둥이를 계속 휘두르는가 하면 밀려 넘어진 이들에게 발길질을 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날 작전지시는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이 직접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은 11일 “기자들이 불의의 부상을 입고 카메라 등 취재장비 일부가 파손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해당 기자 및 언론사와 국민들께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정확한 진압상황과 부상경위 등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관련자 문책 등 상응한 조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민 서울경찰청 차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감찰 조사 뒤 책임자에게 인사상 불이익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진보단체 시위는 무조건 하지마?

경찰 잇단 금지처분…국내외 단체 항의

경찰이 진보적 성격의 단체들이 낸 집회신고에 잇따라 금지 처분을 내려 나라 안팎의 반발을 사고 있다.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로 숨진 고 윤장호 하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국외파병 한국군 철수를 요구하는 행사를 오는 17일 서울역 광장에서 연 뒤 광화문까지 행진하겠다며, 지난달 경찰에 두 차례 집회신고를 냈다. 하지만 경찰은 행진구간이 주요 도로여서 교통 장애를 일으킨다며 모두 불허했다.

이 단체의 김광일 기획위원은 “2005년부터 세 차례나 똑같은 코스로 행진을 했고, 폭력시위를 한 적도 없는데 왜 금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찰의 이런 결정에 국외 반전단체들도 잇따라 항의 뜻을 전하고 있다. 영국의 ‘전쟁저지연합’은 지난 3일 청와대에 집회 허용을 촉구하는 항의편지를 보냈고, 뉴질랜드 반전단체 ‘주민행동운동’도 지난 10일 오클랜드 주재 한국영사관에 항의편지를 전달했다.

통일연대도 지난 6일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전시증원연습(RSOI)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앞 등에서 오는 25일 열겠다고 신고했으나 금지당했다. 이 단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산하여서 범국본 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범국본을 구성하고 있는 300여 시민·사회·노동·의료·소비자단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끝날 때까지 집회나 시위를 열 수 없게 된다.

통일연대의 황순원 대외협력국장은 “자유무역협정과 상관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집회 내용을 수정해 신고했는데도 경찰은 금지통고를 해 왔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이완 수습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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