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형 수습기자
“취재 중이란 말이야! 때리지 마!” “악!”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집회가 열린 지난 10일 저녁 7시15분께, 서울 종로 보신각 앞 네거리는 아수라장이었다. 경찰은 차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인도로 몰면서 갈 곳 몰라 하는 시위 참가자들을 방패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충돌 상황을 취재하던 기자는 경찰이 가슴 부위까지 들어올린 채 밀어대는 방패에 맞아가며 떠밀렸다. “왜 취재진을 때리느냐”고 항의해도 전경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미 인도로 올라가기 시작한 시위 참가자들의 뒤를 따라 걷던 기자는 몇발짝 가지 않아 등과 뒤통수에 둔중한 물체가 강하게 부딪치는 것을 느꼈다. 방패와 진압봉이었다. 옆에 있던 한 인터넷신문 사진기자가 땅에 쓰러졌다. ‘프레스’(PRESS)라고 적힌 헬멧까지 쓰고 있었지만 전경들의 몽둥이를 피할 수 없었다. 쓰러진 그를 밟고 지나가려는 전경들을 기자를 포함한 몇 사람이 필사적으로 막았다. 쓰러진 사진기자를 빼내기 위해 전경들을 몸으로 막고 “그만하라”고 소리쳤지만 방패를 이용한 폭행은 계속됐고, 간신히 인도로 몸을 피한 뒤에야 상황은 끝이 났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과 취재기자들은 인격체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짐짝 취급을 당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미국에 양보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한편에선, 똑바로 협상하라고 촉구하는 국민들의 입이 이처럼 강퍅하게 틀어막히고 있었다.
얻어맞은 머리와 방패에 부딪쳐 찢긴 입술이 더 아려왔던 건 매섭게 차가웠던 날씨보다 이런 답답한 현실 탓이었던 것 같다. 최원형 수습기자 circle@hani.co.kr
지난 1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 도중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방패 등으로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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