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
이택순 경찰청장 발언 논란
이택순 경찰청장(사진)이 경찰의 청렴도가 낮게 인식되는 이유로 언론을 지목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 청장은 지난 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연 ‘전국 청렴도 향상 워크숍’에서 “지난해 (경찰관) 구속자수가 늘었다”며 “오락실 단속 때 (업주와) 친분관계가 있는 직원들이 한 실수가 적발됐고 그런 것들이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국가청렴위원회가 발표한 국가기관 청렴도에서 경찰청이 34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검찰청에 이어 끝에서 2등을 차지한 것도 언론보도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벌어진 상황들을 봤을 때 경찰관의 각종 비리를 ‘실수’로 치부하는 이 청장의 인식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경기경찰청의 박아무개 경위는 카지노바 업주에게 단속 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1억6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박 경위의 상관인 박아무개 경정 역시 4600만원의 현금과 순금 계급장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경기경찰청의 정아무개 경사는 아예 판돈 1천억원대의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상급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이 청장은 또 “(경찰관)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조처가 너무 가혹해, 현장에서 뺑소니를 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일상적인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경찰은 예전엔 단순 음주로 걸려도 파면이나 해임 등의 조처를 하다가, 지난해 7월 이 청장의 지시로 사망사고나 뺑소니, 근무중 음주사고 등을 빼고는 정직 정도로 처벌해왔다. 이에 대해 이창무 한남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경찰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추상과 같은 높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기준을 완화하면 둑에 생긴 구멍이 넓어지듯 (경찰 조직의) 기강 해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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