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시장 ‘스포츠세상’의 조근주 사장이 지난 3일 오전 각 대학의 학과·동아리에서 주문받아 만든 야구점퍼를 매장 밖에 내걸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학교 자부심 느끼고 유행 좇고
동대문시장등 판매 증가세 뚜렷
학과·동아리 단체 주문 많아
동대문시장등 판매 증가세 뚜렷
학과·동아리 단체 주문 많아
학교 이름을 화려한 자수로 수놓은 야구점퍼를 입고 교정 안팎을 활보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1990년대 말 학과·동아리 기념 티셔츠나 학교 로고가 새겨진 가방이 유행했다면, 요즘엔 아예 학교 이름을 눈에 띄는 겉옷을 통해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학교점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홍익대 등이다. 이들 학교의 교내 매장에선 2005년부터 매년 100~200벌 가량의 야구점퍼가 팔리고 있다. 특히 연세대에선 2005년과 2006년 각각 1100벌, 800벌씩 팔렸다.
서울 동대문시장 등 맞춤업체에서도 학교점퍼 판매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동대문시장 야구점퍼 주문량의 80~90%를 맡고 있는 조근주 사장은 “2004년 1500여장, 2005년 2000여장을 판매한 데 이어 지난해 가을엔 4000여장을 팔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학내 매장의 기성품 판매보다 학과·동아리 단위의 주문 판매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성균관대에서 기념품 매장을 운영하는 정준(35)씨는 “예전엔 주로 안에 입는 티셔츠류를 단체로 맞췄는데, 요즘엔 겉으로 드러나는 야구점퍼가 많이 팔려 유행이 바뀌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학교점퍼의 유행은 학생들이 자신의 소속을 남에게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90년대 후반과 비교해도 문화의 차이가 확연하다. 98년 고려대에 입학한 조덕상(28)씨는 “(당시엔) 학과에서 맞춘 티셔츠를 입고 학교 밖으로 나간 적이 없을 정도로 학교 이름을 드러내는 것을 꺼렸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학과 점퍼를 맞춘 김아무개(20·중앙대 경제학과)씨는 “점퍼를 입으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며 “과시욕으로 보이는 면도 있지만, 어차피 자기 능력 아니냐”고 말한다.
캐주얼 브랜드 ‘후부’의 디자이너 임민주씨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유행이 ‘스포티브’(스포츠+액티브)인데, 미국 메이저리그가 이 유행을 이끌어 왔다”며 “원래 야구팀을 위한 복장이라 단체성을 확보하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트렌드 칼럼니스트인 정순원씨는 “아웃백이나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것과 같이, (야구점퍼 선호는) 대학 문화를 미국화하는 식민지적 감성”이라고 비판했다.
전종휘 기자, 노현웅 수습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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