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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국 노래보다 한국 노래 더 잘해요”

등록 2007-02-02 18:07

이민태(가운데 모자 쓴 이)씨와 함께 한국을 찾은 중국 인민대학교 한국어반 학생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묘를 둘러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이민태(가운데 모자 쓴 이)씨와 함께 한국을 찾은 중국 인민대학교 한국어반 학생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묘를 둘러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 찾은 중국 인민대 한국어반 학생들
유학생 이민태씨 학생 모아 공부모임 운영
‘한류’ 바람 타고 참여자 150여명으로 늘어
“경제 중심으로 한·중 협력했으면” 소망도

중국의 명문 인민대학교 한국어반 학생 18명이 지난 29일부터 열이틀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 말과 문화를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서다. 이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데는 2003년 이 학교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마오쩌둥 사상과 중국식 사회주의’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 유학생 이민태(43)씨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지난해 4월 현재 중국에는 모두 52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있지만, 인민대에는 한국어과도, 학점을 인정해주는 과목도 개설되어 있지 않다. 한·중 문화사상연구소를 차릴 만큼 양국 민간교류에 관심이 컸던 이씨는 2005년 9월 인민대 홈페이지에 ‘한국어 공부모임 30명 모집’ 공지를 냈다. “사흘 만에 신청자 수가 300명을 넘었어요. 인터뷰를 거쳐 첫 학기 수강생 100명을 뽑고, 학과수업이 끝난 빈 강의실에서 2개반이 각각 일주일에 두 차례씩 공부했지요” ‘가나다 …’부터 시작했지만 열기는 뜨거웠고, 지금은 4개반 150여명으로 늘었단다.

이번 한국 나들이를 온 학생들이 들인 비용은 왕복 항공료까지 1인당 4500위안(55만원). 인민대 1년 학비(4800위안)와 맞먹는다. 빠듯한 용돈을 아끼고 부모들을 설득했다. 이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류’가 압도적이었다.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한국말 배우고 싶었어요. 〈가을동화〉의 송혜교, 좋아요.”(위사이난, 재정학과 3학년)

“중국 노래보다 한국 노래를 더 많이 부를 수 있어요. SG워너비, 씨야의 〈여인의 향기〉, M2M의 〈세 글자〉 …”(친슈, 공공관리학과 2학년)

“한국 유학생에게 중국어를 가르쳐주면서 한국 말에 관심 가졌어요. 친구들이 한국 연예인들 많이 보고 오래요. 부모님께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우징, 회계학과 3학년)

그렇다고 이들이 연예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하는 왕징징씨에게 짐짓 ‘동북공정’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역사는 역사예요. 지금 두 나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한국어를 배우게 된 건 아주 좋은 기회”라며 “앞으로 취업·외교 등 한국어 사용 기회가 더 많을 것이고, 수강생들도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높다”고 덧붙였다.


“한글 모양이 예뻐서 제2외국어로 선택했다”는 뤄이밍(외교학과 4학년)씨는 “중국·한국·일본 등 아시아 3국이 경제를 중심으로 서로 협력하고 발전했으면 좋겠다. 세 나라의 젊은이들은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이자 미래를 이끌 주역이므로 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민태씨는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다음 달 8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주요 대학과 방송국, 청와대, 국립중앙박물관, 5·18국립묘지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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