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법관’ 명단 공개
진실화해위원회(위원장 송기인)가 31일 긴급조치 위반 사건을 판결한 법관들의 명단을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사법부가 과거사 청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오후 500쪽 분량의 정기 보고서를 노무현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는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 사건 589건에 대한 1·2·3심 판결 1412건의 내용과 심급별 참여 법관들의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다. 진실화해위는 이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했으나, 일반인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공개하는 방안은 검토 중이다.
송 위원장은 이날 “긴급조치 적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했을 뿐 개별 판결의 적합성을 다룬 게 아니고 어떤 정치적 의도도 갖고 있지 않다”며 “명예, 반성, 인적 청산 등의 문제를 제기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어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사법부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는 일은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독재권력이 인권 탄압을 위해 만들었던 긴급조치를 그대로 적용했던 개별 판사들이 과거 잘못을 국민 앞에 반성함으로써 사법부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연대, 민주화실천 가족운동협의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서른일곱 단체가 소속된 인권단체연석회의도 성명을 내어, “당시 실정법에 따라 판단했다는 일부 판사들의 회한은 유감스럽다”며 “사법부가 총체적으로 과거 청산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명단 공개 방식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사법부의 과거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종휘 고나무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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