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상이 타고 있던 자동차에서 환전을 한 뒤 지나가는 게임장 이용객의 모습이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 제공
게임장 상품권 환전단속 첫날
“납작 엎드린거야. 요 며칠은 거의 문 닫을 거에요.”
사행성 게임장의 상품권 환전 행위가 전면 금지된 지난 19일, 특별단속에 나선 서울 송파경찰서 생활질서계 정병천 경위가 말했다. 〈한겨레〉가 경찰의 특별단속 첫날 동행 취재해보니, 그의 말대로 상당수 업소는 임시로 문을 닫거나 비밀 영업을 하면서 단속을 피하고 있었다.
상당수 업소 ‘내부수리중’ 내걸어
손님 가장 기자에 뒷문 열어주기도 ‘이동 환전소’ 적발=오전에 돌아다닌 8곳 게임장에서 ‘내부수리중’ 표지만 확인하고 허탕을 친 서울 광진경찰서 생활질서계 단속반. 오후 3시20분께 9번째로 찾은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부근 ㄷ게임장이 영업중이었다. 잠복하던 김민수 경사에게서 “뒷문 쪽 검은색 소나타 승용차가 의심스럽다”는 전화 연락이 왔다. 눈으로 환전 장면을 목격한 강운석 경장이 다가가 “경찰입니다. 손에 있는 거 환전한 거 맞죠?”라고 묻자 바짝 얼어붙은 환전상 이아무개(52)씨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어 덮친 게임장 계산대의 상품권들은 손때가 묻어 있고 가지런하지 않았다. 법으로 금지된 재사용의 흔적이었다. 확인 결과, 상품권은 위조된 것으로 판명돼 오락실 업주의 혐의가 추가됐다. 단속이 시작되자 이용객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피했지만, 한 40대 이용객은 “어제 그제 잃다가 오늘에야 이삼십만원 딴 것 같은데…”라며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벌써 시행했어요?”=오후 2시30분께 서울 도봉구 창5동 큰길 가 건물 1층 게임장에서 유아무개씨가 상품권 18장을 들고 나와 2층에 있는 환전소로 올라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잠복하던 도봉경찰서 생활질서계 김형진 경장이 환전 현장을 덮쳤다. 환전상 박아무개(32)씨는 “바뀐 법을 시행한다는 얘기를 듣긴 들었는데, 오늘부터인지는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게임장 사장과는 그냥 아는 사이”라며 공모 여부를 부인했으나, 도봉경찰서 김정인 경장은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들이대며 “이렇게 자주 통화를 하는데 어떻게 그냥 아는 사이냐”고 추궁했다. 경찰은 환전소에서 현금 475만원과 문화상품권 111장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문빵’의 추적=‘내부수리중’이라고 써붙인 송파구 삼전동 ㅇ게임장 주변에선 50대 중반의 한 남자가 기자의 뒤를 쫓았다. “‘문빵’(문지기를 일컫는 업계 은어)일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일곱번째 허탕을 친 뒤 전단지를 보고 찾아간 송파구 방이동의 ㄷ게임장. 굳게 닫힌 문짝에 적힌대로 전화를 하자 빨간 스웨터를 입은 남자가 나타나 문을 열어줬다. 희미한 조명 아래 40여대의 오락기가 늘어선 가운데 서너명의 이용객이 앉아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처음 투입한 5만원이 15분만에 2만4500원으로 줄었다. 이때 주인이 갑자기 다가와 “오늘부터 환전 못한다. 지금 문 닫을테니 나가라”며 돈을 돌려준다. “이쪽 네트워크가 대단하거든. 아까 ㅇ오락실 ‘문빵’이 다른 업소들에 다 연락했을거야.” 정병천 경위가 아쉬운 듯 턱을 쓸어내렸다. 전종휘 기자, 김명진 김외현 정유경 수습기자 symbio@hani.co.kr
손님 가장 기자에 뒷문 열어주기도 ‘이동 환전소’ 적발=오전에 돌아다닌 8곳 게임장에서 ‘내부수리중’ 표지만 확인하고 허탕을 친 서울 광진경찰서 생활질서계 단속반. 오후 3시20분께 9번째로 찾은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부근 ㄷ게임장이 영업중이었다. 잠복하던 김민수 경사에게서 “뒷문 쪽 검은색 소나타 승용차가 의심스럽다”는 전화 연락이 왔다. 눈으로 환전 장면을 목격한 강운석 경장이 다가가 “경찰입니다. 손에 있는 거 환전한 거 맞죠?”라고 묻자 바짝 얼어붙은 환전상 이아무개(52)씨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어 덮친 게임장 계산대의 상품권들은 손때가 묻어 있고 가지런하지 않았다. 법으로 금지된 재사용의 흔적이었다. 확인 결과, 상품권은 위조된 것으로 판명돼 오락실 업주의 혐의가 추가됐다. 단속이 시작되자 이용객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피했지만, 한 40대 이용객은 “어제 그제 잃다가 오늘에야 이삼십만원 딴 것 같은데…”라며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벌써 시행했어요?”=오후 2시30분께 서울 도봉구 창5동 큰길 가 건물 1층 게임장에서 유아무개씨가 상품권 18장을 들고 나와 2층에 있는 환전소로 올라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잠복하던 도봉경찰서 생활질서계 김형진 경장이 환전 현장을 덮쳤다. 환전상 박아무개(32)씨는 “바뀐 법을 시행한다는 얘기를 듣긴 들었는데, 오늘부터인지는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게임장 사장과는 그냥 아는 사이”라며 공모 여부를 부인했으나, 도봉경찰서 김정인 경장은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들이대며 “이렇게 자주 통화를 하는데 어떻게 그냥 아는 사이냐”고 추궁했다. 경찰은 환전소에서 현금 475만원과 문화상품권 111장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문빵’의 추적=‘내부수리중’이라고 써붙인 송파구 삼전동 ㅇ게임장 주변에선 50대 중반의 한 남자가 기자의 뒤를 쫓았다. “‘문빵’(문지기를 일컫는 업계 은어)일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일곱번째 허탕을 친 뒤 전단지를 보고 찾아간 송파구 방이동의 ㄷ게임장. 굳게 닫힌 문짝에 적힌대로 전화를 하자 빨간 스웨터를 입은 남자가 나타나 문을 열어줬다. 희미한 조명 아래 40여대의 오락기가 늘어선 가운데 서너명의 이용객이 앉아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처음 투입한 5만원이 15분만에 2만4500원으로 줄었다. 이때 주인이 갑자기 다가와 “오늘부터 환전 못한다. 지금 문 닫을테니 나가라”며 돈을 돌려준다. “이쪽 네트워크가 대단하거든. 아까 ㅇ오락실 ‘문빵’이 다른 업소들에 다 연락했을거야.” 정병천 경위가 아쉬운 듯 턱을 쓸어내렸다. 전종휘 기자, 김명진 김외현 정유경 수습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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