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FTA’ 시위 나서려던 한우의 ‘뜻밖의 죽음’
냉동탑차서 세마리 질식사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의 하나로 서울 도심에 ‘방목’되려던 소 세마리가 서울로 올라오는 도중 뜻밖의 죽음을 맞아 시위가 무산됐다.
강원 홍천군에서 축산업을 하는 나아무개(44)씨는 17일 오전 8시30분 키우던 한우 세마리를 냉동탑차에 싣고 집을 출발했다. 소들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풀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포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깜짝 시위를 벌일 심산이었다.
그러나 오전 11시30분께 서울 동부이촌동 한강 둔치에 차를 세운 나씨는 탑차의 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소가 모두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소 세마리의 몸에 ‘광우병 소고기 수입하지 말라’는 펼침막을 두르려던 나씨는 하는 수 없이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소들은 사방이 밀폐된 탑차 내부의 환기가 제대로 안 돼 질식사한 것으로 나씨는 추정했다. 나씨는 “트럭에 싣고 오면 경찰 검문에 걸릴까봐 탑차를 빌려 왔는데 이렇게 됐다”며 황당해했다. 그는 “키우던 18개월짜리 세놈이 죽으니 속도 상하고 세마리 몸값 1천만원도 아쉽다”며 “하지만 앞으로 협정이 체결돼 축산 농가에 닥칠 일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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