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범죄자 현황
말한마디 안통하는 외국서 경찰서 불려간다면…
‘자기변호’ 어려움…기본권 보호 허술
지난달 25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계. 이집트 국적의 새리 자카리아 아브드 엘 코데르 엘 맨시(27)가 절도 혐의로 연행돼왔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그를 돕기 위해 하니 압둘 하킴(33) 등 친구 3명이 경찰서로 달려왔다. 하지만 친구들도 한국어에 서툴렀다. 새리는 계속 “나는 훔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친구들이 대강 읽어주는 피의자 신문조서에 날인을 했다. 새리는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할 수 없었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이 늘면서 외국인 관련 범죄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나(표 참조), 수사과정에서 이들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지원은 허술하다.
형사소송법은 “외국인 등의 진술에는 통역인으로 하여금 통역하게 하여야 한다”며 전문통역 서비스에 대한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도 “필요한 때는 외국어로 진술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제출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통역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인 통역사의 경우 통역비가 시간당 2만5천∼3만원 정도에 그쳐, 실제 현장에서 통역사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경찰이 확보하고 있는 통역인은 영어, 일어, 중국어 등 30여개 언어를 할 수 있는 경찰관 887명, 전·의경 291명, 민간인 통역사 2035명 등 모두 3213명이다.
통역이 가능한 경찰은 90%가 영어·중국어·일본어 통역에만 쏠려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나 중동·아프리카 출신 피의자 등에게는 혜택이 돌아가기 어렵다.
경찰서 형사계 등에서 조사를 받으며 어려움을 겪는 이는 외국인뿐만이 아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어려운 언어 장애인들도 원활한 조사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수화통역을 하고 있는 강아무개(39)씨는 “통역사가 늦게 도착하면 경찰이 조사가 가능한 쪽의 이야기만 먼저 듣는 바람에 장애인 쪽에 이미 선입견을 갖고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이 수화통역사에게 어떻게 연락을 취할지 모를 때도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장애인협회 등과 연계된 수화통역 지원 센터를 전국에 96곳 확보하고 있으나,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수화통역사가 몇 명인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의 윤성혜 인권보호계장은 “지난해 9월 일선 경찰서 실태를 파악해보니, 수화통역인들에게 수사 참고인 수준의 교통비만 지급하는 경우가 있어 시간당 2만5천∼3만원씩 지급하라고 시정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억원에 불과했던 외국어·수화 통역 예산을 올해 4억원으로 대폭 늘렸다고 밝혔다. 경찰청 외사국의 한 관계자는 “통역은 어차피 경찰, 검찰, 법원, 교도행정까지 연관된 문제인 만큼, 사법기관과 준사법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김기태 기자 symbio@hani.co.kr
경찰청은 지난해 1억원에 불과했던 외국어·수화 통역 예산을 올해 4억원으로 대폭 늘렸다고 밝혔다. 경찰청 외사국의 한 관계자는 “통역은 어차피 경찰, 검찰, 법원, 교도행정까지 연관된 문제인 만큼, 사법기관과 준사법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김기태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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