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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성인오락실 방망이 진압’ 과잉대응 논란

등록 2007-01-08 18:59수정 2007-01-08 22:31

경찰이 지난 6일 경기 안양시 한 성인오락실에서 손님을 감금·폭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야구방망이 등을 이용해 피의자들을 검거하고 있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 화면 /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 6일 경기 안양시 한 성인오락실에서 손님을 감금·폭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야구방망이 등을 이용해 피의자들을 검거하고 있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 화면 / 연합뉴스
“신용보호용 불가피” “규정외 장비는 불법”
서울 ㅇ경찰서 강력반의 김아무개 경장은 당구 큐대를 차에 싣고 다닌다. 3년 전 강도를 잡을 때 실제 사용한 적이 있다. 서울시내 다른 경찰서 강력반에 근무하는 유아무개 경사도 평소 ‘조직폭력배나 강력범이 떴다’는 제보가 들어올 경우에 대비해 목검을 차에 싣고 다닌다.

이렇게 강력반 형사들이 야구방망이 등 ‘진압 도구’를 지니고 다니는 건 오랜 관행이다. 그러나 지난 6일 경기 안양시의 한 성인오락실에서 경찰과 조직폭력배가 난투극을 벌여 서로 다친 사건을 계기로, 이런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형사들도 겁난다”=조직폭력배나 흉악범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강력반 형사들은 “검거하는 과정에서 우리도 위협을 느낀다”며 이런 ‘무기’가 필요하다고 항변한다.

ㅇ경찰서 김 경장은 “몇년 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근무할 때 성폭행범을 검거하러 빈손으로 갔다가 형사 2명이 흉기에 찔려 숨진 일이 있다”며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베테랑 경찰 간부도 “연쇄 살인범 등을 검거할 때는 형사들도 겁이 나 일단 야구방망이 등을 휘두르고 본다”고 말했다.

성인오락실 난투극 사건의 당사자인 서울 영등포경찰서 쪽은 “성인오락실 업주들이 워낙 힘이 세고 거칠게 대항해 불가피하게 무기를 사용했다”며 “규정 이외의 장비를 사용한 것은 맞지만 신변보호 차원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공식 장비는 애물단지?=그렇다면 강력반 형사들은 왜 범인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권총이나 경찰봉 등 규정된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까?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범인의 체포와 도주를 막고 경찰관 등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한도 안에서 권총과 같은 무기류와 수갑, 경찰봉, 전자충격기, 가스발사총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는 게 경찰관들의 주장이다. ㅇ경찰서 김 경장은 “조직폭력배는 일본도 등을 들고 설치는데, 공식 지급되는 ‘삼단봉’은 너무 짧아 상대방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총기는 지급 절차가 복잡해 급한 출동 때 사용하기 어려운데다 사고라도 나면 감찰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가지고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스총이나 전자충격기도 매한가지다. 경찰서에 2대 가량 지급되는 전자충격기는 수도 적지만, 개인마다 전기충격에 대한 저항력이 달라 자칫 사고가 나기 쉬워 쓰기를 꺼린다. 가스총을 쏘면 가스가 퍼져 동네에 민원이 일어나기도 한다.

“불법은 불법”=경찰의 이런 항변이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야구방망이·쇠파이프·당구 큐대 등은 규정에 없는 장비이기 때문에 사용하면 당연히 불법”이라며 “경찰이 열심히 일하다가 생긴 일이라고 억울해하기보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으로서 먼저 법적 근거를 갖고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공식 장비는 잘못 사용해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하거나 예산 문제가 있어 지급이 제한적”이라며 “형사들이 공식 장비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공식 장비 사용을 장려하고, 형사들도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공식 장비 사용을 꺼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이번 난투극과 관련해 △경찰관들이 상부에 보고 없이 개인적으로 출동한 점 △규정 외 장비를 사용한 점 △수갑을 채운 뒤에도 폭행한 점 등에 대해 감찰에 들어갔으며, 오는 10일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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