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값
4월부터 1장당 337원으로
정부 “생보자에 무상지원” 불구
차상위계층엔 부담 고스란히
정부 “생보자에 무상지원” 불구
차상위계층엔 부담 고스란히
새해 들어 정부의 연탄값 인상안이 발표되면서 가뜩이나 추위에 떨고 있는 서민 가계가 더욱 얼어붙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올 4월1일부터 연탄값을 12.3% 인상한 1개당 337원(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올리겠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배달료까지 더하면 운반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저지대 지역은 350원에서 400원으로, 달동네 산중턱 같은 고지대는 450~550원 수준이 된다.
산자부는 연탄값을 올리는 대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해서는 인상분만큼 연탄을 무상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탄값 인상은 에너지 빈곤층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수급자에게 지원되는 겨울철 난방비 2만5천원이 실제 연탄 소비량에 견줘 턱없이 부족한데다,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은 인상분만큼 가계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에 무료로 연탄을 지원해주는 ‘연탄은행 전국협의회’는 지난해 연탄을 쓰는 25만가구 중 6만가구가 기초생활 수급자이고 10만가구 이상이 차상위계층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머지는 화훼농가 등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필요에 따라 연탄을 쓰는 경우다.
기초생활 수급자인 정광래씨(71·서울 노원구 중계본동)씨는 “지난해 말 정부 지원금으로 연탄 200장을 샀는데, 지금은 12장밖에 남지 않았다”며 “부족분은 생활비를 쪼개 살 수밖에 없어 연탄값 인상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최창로씨(72·관악구 신림동)도 “겨우내 700장 정도의 연탄이 필요한 데 교회에서 후원한 연탄 300장과 12월 초에 직접 산 200장으로 버티고 있다”며 “연탄값이 오르면 후원 물량도 줄어들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름값이 부담스러워 지난해 10월 20만원을 들여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바꿨다는 김석동(70·중계본동)씨는 더욱 허탈해하고 있다. “하루에 5∼6장 정도의 연탄을 쓰고 있는데 연탄값이 오르면 하루 200원 정도가 더 들어간다”며 “정부도 연탄 쓰고 살아보면 내 마음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연탄값은 1989년 정부 보조금 제도 시행 뒤 2003년 195원에서 3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이번에 두번째로 오르게 된다. 연탄은행 전국협의회 쪽은 “외환위기 이후 경기 저성장과 사회양극화,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연탄 소비가구가 늘어났는데도 정부가 그 책임을 서민에게 지우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허기복 연탄은행 전국협의회 대표는 “연탄 소비가 느는 이유는 저소득층이 난방비를 아끼기 위한 자구책 때문”이라며 “연탄값 인상으로 더이상 서민 가계에 부담을 지워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2004년 이후 유가 상승 때문에 저소득층이 연탄을 많이 때면서 석탄 소비량이 매년 30% 이상씩 늘었고, 이 때문에 한해 석탄 부족분 200만t을 재고량으로 메우고 있다”며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연탄 보조금은 1개당 400여원으로 지난해에만 3600억원에 이른다. 산자부 박현종 석탄산업팀 사무관은 “기초생활 수급자 80만가구 중 연탄을 쓰는 가구는 4∼5%로 추정된다”며 “가스나 기름을 사용하는 나머지 95% 정도의 가구에는 사실상 정부보조금이 돌아가지 않아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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