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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권위적 경찰문화 없앤, 소박하고 특별한 퇴임식 풍경

등록 2006-12-29 20:10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29일 오전 안재경 서장(오른쪽) 등 재직 중인 경찰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년퇴임하는 경찰관들과 가족만 단상에 올라 퇴임식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29일 오전 안재경 서장(오른쪽) 등 재직 중인 경찰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년퇴임하는 경찰관들과 가족만 단상에 올라 퇴임식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9일 오전 서울 동작경찰서 대강당에서는 ‘특별한’ 정년퇴임식이 열렸다.

단상에는 30여년 경찰 생활을 마치고 퇴임하는 주인공인 이희철 경감, 김영식 경위, 김상표 경사, 김상조 경사 등 4명과 부인들만 앉아 있었다. 흔히 경찰서장이 단상 중앙을 차지하는 여느 퇴임식과 달랐다. 안재경(48) 서장은 행사 내내 단 아래에 머물렀다.

공식 석상에서 계급이 가장 높은 사람을 예우하는 ‘임석 상관에 대한 경례’는 서장이 아닌 퇴임 경찰관들이 받았다. 서장의 축사도 생략했다. 대신 퇴임 경찰관들의 경찰 생활 기록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됐다.

경찰관들 사이에선 정년을 맞은 경찰관들이 퇴임식 참석을 꺼린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계급이 중시되는 경찰조직이라지만, 경찰 후배이자 나이도 어린 서장 앞에서 퇴임식을 하는 모습이 가족들 보이기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동작경찰서에선 달랐다. 퇴임식에 참석한 이희철 경감은 “예전에는 참석한 상관들이 구태의연한 축사나 하곤 했다”며 “안 서장이 워낙 변화를 선도하는 인물이라 이런 독특한 행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에 안 서장은 “단상 문화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오늘 행사의 주인공은 퇴임하는 분들과 그들의 가족이고, 나보다 먼저 경찰 생활을 시작한 선배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퇴임식을 열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임한 안 서장은 취임식도 하지 않았다. 업무로 바쁜 직원들이 취임식에 참석하느라 주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경찰서장의 작은 배려가 권위적인 경찰 문화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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