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전단지’ 수거는 좋은데
28일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 유해매체물 배포총책 등 검거’ 발표를 하고 있던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5층 브리핑실. 성매매를 유인하는 전단지가 유흥가는 물론 주택가 등지에도 무분별하게 뿌려지고 있어 단속에 나섰고, 그 결과 서울과 대구에서 여성의 성기가 드러난 각종 전단지를 배포한 21명을 붙잡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취재하던 기자들은 화들짝 놀랐다. 문제 지역에서 거둬온 전단지 수백장을 브리핑실 들머리에 쌓아놓고, 전단지 사진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모두 여성 성기가 그대로 노출된 사진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이 자료를 40여명의 출입기자에게 전자우편으로도 보냈다.
또 보도자료에는 전단지를 뿌리다 잡힌 사람의 얼굴도 그대로 드러났다. 피의자의 인권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뒤늦게 위원회는 누리집에 올린 홍보물에서 전단지 부분을 지웠지만, 이 사람의 얼굴은 계속 감추지 않다가 문제가 되자 삭제했다.
한 종합일간지 여기자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도 안 하고 버젓이 내놓아 당황스러웠다”며 “위원회의 업무 처리가 미숙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내어 “청소년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출입기자들에게 사진을 있는 그대로 보냈다”며 “자료를 이용할 경우 모자이크 처리를 한 뒤 사용해 달라”고 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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