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집단폭행 동영상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재미로”
죄의식 무뎌지는 10대들
죄의식 무뎌지는 10대들
지난 21일 누리집에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여중생 집단폭행 동영상은 가해 학생들이 자신들의 범행을 직접 휴대전화로 찍었다는 점에서 더 충격을 준다. 이런 사례가 사회적 쟁점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청소년 상담기관에 비슷한 피해 경험을 호소해오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
“동영상 촬영 · 유포는 피해자 인권유린 두번”
피해학생들 “때리는 애보다 찍는애가 더 미워”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누리집에는 지난 5월 이번 사건과 비슷하게 폭행과 사진 촬영을 동시에 당한 전북의 한 여중생이 고민을 올려놓았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조카가 가해 학생이 돼 사진 촬영까지 했다는 내용의 상담글이 오르기도 했다. 또 지난달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집을 나간 초등학생(13) ㄱ군은 “얻어맞는 모습이 휴대전화로 찍힌 것에 수치심을 느껴 가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정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원은 “상담을 하다 보면 피해 학생들은 (때리는 친구보다) 찍는 아이들이 더 미웠다고 한다”며 “동영상 촬영 및 유포는 피해 학생의 인권을 두 번이나 유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폭행 장면을 찍는 것일까. 이번 동영상 파문의 장본인들에게 폭행 장면을 촬영한 이유를 묻자, “그냥 재미삼아”라거나 “다른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고 강달원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은 전했다.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이런 현상이 일탈 청소년들에게서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그는 “성인은 동영상을 찍으면 자신의 범법 행위가 공개돼 처벌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지만, 규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중학생 또래의 일탈자들은 그 행위가 끼칠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에서는 청소년 범죄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가해 학생들이 나중에 동영상으로 피해 학생을 협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이들의 행동에서 목적성을 엿보았다. 이 교수는 “기술·문화적으로 동영상 제작이 쉬워진 상황에서, 동영상 기록이 피해 학생에게 더 큰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가해 학생들이 무감각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실에 견줘 학교에서의 예방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최근 ‘질적 분석을 통한 학교폭력 현상의 이해’라는 논문을 쓴 박효정 한국교육개발원 학생·학부모연구실장은 “학교 폭력을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지만, 학교에서 한 해 한 차례 이상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예방교육조차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내 불량서클의 존재에 대해 잘 아는 학년이 중학교 2학년(23.8%), 3학년(21.6%), 초등학교 4학년(19.6%) 순으로 나타났다”며 “많은 학교 폭력이 중학교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보다 앞서 초등학교에서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단원경찰서는 22일 이번 집단폭행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안산 ㅇ중학교 3학년 ㄱ(16)양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폭행에 가담한 나머지 여중생 3명은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폭행 과정에서 ㄱ양 등 2명은 피해자 ㅇ양을 마구 때렸고, 다른 2명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종휘 최현준, 안산/김기성 기자 symbio@hani.co.kr
피해학생들 “때리는 애보다 찍는애가 더 미워”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누리집에는 지난 5월 이번 사건과 비슷하게 폭행과 사진 촬영을 동시에 당한 전북의 한 여중생이 고민을 올려놓았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조카가 가해 학생이 돼 사진 촬영까지 했다는 내용의 상담글이 오르기도 했다. 또 지난달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집을 나간 초등학생(13) ㄱ군은 “얻어맞는 모습이 휴대전화로 찍힌 것에 수치심을 느껴 가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정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원은 “상담을 하다 보면 피해 학생들은 (때리는 친구보다) 찍는 아이들이 더 미웠다고 한다”며 “동영상 촬영 및 유포는 피해 학생의 인권을 두 번이나 유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폭행 장면을 찍는 것일까. 이번 동영상 파문의 장본인들에게 폭행 장면을 촬영한 이유를 묻자, “그냥 재미삼아”라거나 “다른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고 강달원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은 전했다.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이런 현상이 일탈 청소년들에게서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그는 “성인은 동영상을 찍으면 자신의 범법 행위가 공개돼 처벌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지만, 규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중학생 또래의 일탈자들은 그 행위가 끼칠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에서는 청소년 범죄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가해 학생들이 나중에 동영상으로 피해 학생을 협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이들의 행동에서 목적성을 엿보았다. 이 교수는 “기술·문화적으로 동영상 제작이 쉬워진 상황에서, 동영상 기록이 피해 학생에게 더 큰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가해 학생들이 무감각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실에 견줘 학교에서의 예방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최근 ‘질적 분석을 통한 학교폭력 현상의 이해’라는 논문을 쓴 박효정 한국교육개발원 학생·학부모연구실장은 “학교 폭력을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지만, 학교에서 한 해 한 차례 이상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예방교육조차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내 불량서클의 존재에 대해 잘 아는 학년이 중학교 2학년(23.8%), 3학년(21.6%), 초등학교 4학년(19.6%) 순으로 나타났다”며 “많은 학교 폭력이 중학교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보다 앞서 초등학교에서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단원경찰서는 22일 이번 집단폭행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안산 ㅇ중학교 3학년 ㄱ(16)양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폭행에 가담한 나머지 여중생 3명은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폭행 과정에서 ㄱ양 등 2명은 피해자 ㅇ양을 마구 때렸고, 다른 2명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종휘 최현준, 안산/김기성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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