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경찰서는 18일 가족을 납치한 것처럼 꾸미고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한 혐의(공갈협박)로 ㅈ아무개(40·대만) 등 대만인 4명과 한국인 김아무개(40)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의 정아무개씨(45)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을 인질로 잡고 있으니 1천만원을 입금하라”고 협박해 입금된 500만원 중 28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국내 한 여행사에서 일하던 ㅈ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또다른 대만인 ‘아시(가명)’의 지시를 받아, 같은 회사 동료인 김씨와 함께 유흥업소 종업원인 최아무개(27·불구속 입건)씨를 통해 통장 하나에 20만원을 주고 한국인 6명의 이름을 빌린 21개의 통장을 건네받았다. ㅎ아무개(31) 등 대만인 세명은 여행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한 뒤 통장에 입금된 현금을 인출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직접 전화를 걸어 협박한 ‘아시’가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고 정확한 신원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보유한 통장 일부가 최근 국세청 직원을 사칭해 계좌이체를 받은 세금환급 사기에도 이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제주와 용인 등에서 신고된 31건의 가짜 납치협박 사건과 관련성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전화 발신지가 중국이고 역할을 철저히 분담하는 등 범행 수법이 치밀한 점에 비춰 중국계 폭력조직이 간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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