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사업가, 거래처 연구원들 영입
483억 피해입은 유망 벤처기업 부도위기
483억 피해입은 유망 벤처기업 부도위기
유망 벤처기업의 첨단기술을 빼돌려 몇백억원대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일동포 사업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5일 국내 벤처기업인 ㅌ사가 개발한 ‘차량용 무선 복합 단말기’의 핵심 기술을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재일동포 사업가 이아무개(41)씨와 ㅌ사 전 연구원 이아무개(35)씨 등 7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ㅌ사의 ‘차량용 무선 복합 단말기’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자동차 시동·잠금장치 등을 작동시키고 차량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첨단 장치로, ㅌ사가 지난 1997년부터 5년동안 93억여원의 연구비를 들여 개발했다. 2005년에는 정보통신부가 지정한 10대 첨단 산업기술에 뽑힌 바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재일동포 이씨는 2002년 ㅌ사로부터 한해 10만대씩 3년 동안 단말기를 수입하기로 계약을 맺고 거래를 해오다 같은 해 ㅌ사 연구원 5명을 각각 주식 20억원어치를 주고 영입했다. 연구원들은 이 과정에서 ㅌ사 연구소의 부품 회로도 등 핵심 기술을 시디(CD)에 복사하거나 개인 컴퓨터에 저장해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연구원을 영입한 뒤 일본 현지에 ㅅ회사를 설립해 단말기를 자체 개발했으며, 2003년엔 애초 ㅌ사와 맺은 납품계약을 깨고 자체 제작한 단말기를 일본에서 판매했다. 2005년 9월에는 국내에서도 영업을 시작했다. 경찰은 “이씨 등이 ㅌ사 제품과는 별도로 자체 개발한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과학기술원 검사 결과 ㅌ사와 ㅅ사의 단말기는 동일한 회로를 갖춘, 같은 제품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ㅌ사는 기술유출로 연구개발비 93억원과 단말기 판매 이익금 390억원 등 모두 483억원의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 부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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