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강북구 수유3동 ‘녹색 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 사무실에서 ‘이웃산타’ 활동에 참여할 회원들이 모임을 열고 아이들에게 줄 선물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들은 학교, 교회, 동네 주민 등에게서 가정 형편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아이들 150여명을 추천받아 19일 가정방문에 나선다. 녹색 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 제공
미래를 여는 실천 ‘대안생활백서’ (16)
‘산타 아줌마’의 사랑
‘산타 아줌마’의 사랑
저는 ‘산타 아줌마’입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살고 있지요. 오는 19일 밤에는 빨간색 산타 모자를 쓰고, 지하방에 산다는 꼬마 천사를 찾아갑니다. 해마다 산타 모자를 쓰는데,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네요.
제가 만날 경수(8·가명)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 엄마가 없다고 합니다. 경수네 선생님 말을 들으니 인사도 잘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낸다고 합니다. 산타 아줌마가 가서 꼭 끌어안아 주고 싶습니다. 색깔 고운 속옷을 선물하려고 합니다.
저소득 가구 방문 형편 살핀 뒤
따뜻한 ‘도움의 손길’ 내밀어
산타 언니, 오빠들도 있어요 며칠 전에는 다른 산타들과 만났습니다. 모두 우리 동네에 사는 산타 오빠, 언니, 아줌마들입니다. 저희는 크리스마스 때만 찾아가는 산타가 아닙니다. 아이들을 오래도록 지켜볼 ‘이웃산타’입니다. 내 아이를 품어 키우듯, 365일 마을 아이들의 손도 잡아줄 생각입니다. 사실 이웃산타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작은 핑계’입니다. 산타들은 이웃집 아이의 방문을 열어보려고 ‘착한 꾀’를 냈습니다. “지하방에 사니?” “전기나 수도가 끊기진 않았어?” 학교 선생님도, 이웃 아주머니도 정작 묻기는 어렵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의 슬픔은 방문을 열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찬 기운은 없는지 방바닥을 짚어보고, 부엌 살림도 둘러봐야 합니다. 습기 찬 지하방에서 콜록거리는 아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그래야 알 수 있습니다. 이웃산타들은 눈치가 빨라야 합니다. 방문한 집의 어른들이 아이에게 관심이 있는지, 식구 가운데 아픈 사람은 없는지 꼼꼼히 살핍니다. 그 집에서 보고 들은 내용은 자세히 기록해야 합니다. 이 기록은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를 논의하는 자료가 됩니다.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은 선생님을 통해 그나마 사정이 알려져 있지만, 예닐곱살 아이들은 주변에서 알지도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와 다른 산타들은 이런 아이들을 찾아내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찾아낸 아이들은 숙제방이나 방과후 교실로 불렀습니다. 함께 공부도 하고, 밥도 같이 먹었습니다. 그것도 어려운 아이들은 두 주에 한 번 책을 배달해준다는 핑계로 찾아갑니다. ‘사랑의 책 배달부’는 책 배달을 하러 갔다가 아이들에게 밥을 해먹이기도 하고, 꼭 안아 주기도 합니다. 2000년 ‘녹색 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에서 시작된 이웃산타는 열명 남짓의 산타가 서른 곳 정도를 찾아다녔습니다. 이제는 여덟개 단체에서 참여하고, 산타가 된 사람만 100명이 넘습니다. 올해는 150여 집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칠년을 지켜보니 아이들이 쑥쑥 커갑니다. 어떤 아이는 가난한 이웃을 위해 일하겠다고 사회복지학과 대학생이 됐습니다. 사랑은 이렇게 돌아오는 걸까요?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따뜻한 ‘도움의 손길’ 내밀어
산타 언니, 오빠들도 있어요 며칠 전에는 다른 산타들과 만났습니다. 모두 우리 동네에 사는 산타 오빠, 언니, 아줌마들입니다. 저희는 크리스마스 때만 찾아가는 산타가 아닙니다. 아이들을 오래도록 지켜볼 ‘이웃산타’입니다. 내 아이를 품어 키우듯, 365일 마을 아이들의 손도 잡아줄 생각입니다. 사실 이웃산타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작은 핑계’입니다. 산타들은 이웃집 아이의 방문을 열어보려고 ‘착한 꾀’를 냈습니다. “지하방에 사니?” “전기나 수도가 끊기진 않았어?” 학교 선생님도, 이웃 아주머니도 정작 묻기는 어렵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의 슬픔은 방문을 열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찬 기운은 없는지 방바닥을 짚어보고, 부엌 살림도 둘러봐야 합니다. 습기 찬 지하방에서 콜록거리는 아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그래야 알 수 있습니다. 이웃산타들은 눈치가 빨라야 합니다. 방문한 집의 어른들이 아이에게 관심이 있는지, 식구 가운데 아픈 사람은 없는지 꼼꼼히 살핍니다. 그 집에서 보고 들은 내용은 자세히 기록해야 합니다. 이 기록은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를 논의하는 자료가 됩니다.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은 선생님을 통해 그나마 사정이 알려져 있지만, 예닐곱살 아이들은 주변에서 알지도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와 다른 산타들은 이런 아이들을 찾아내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찾아낸 아이들은 숙제방이나 방과후 교실로 불렀습니다. 함께 공부도 하고, 밥도 같이 먹었습니다. 그것도 어려운 아이들은 두 주에 한 번 책을 배달해준다는 핑계로 찾아갑니다. ‘사랑의 책 배달부’는 책 배달을 하러 갔다가 아이들에게 밥을 해먹이기도 하고, 꼭 안아 주기도 합니다. 2000년 ‘녹색 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에서 시작된 이웃산타는 열명 남짓의 산타가 서른 곳 정도를 찾아다녔습니다. 이제는 여덟개 단체에서 참여하고, 산타가 된 사람만 100명이 넘습니다. 올해는 150여 집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칠년을 지켜보니 아이들이 쑥쑥 커갑니다. 어떤 아이는 가난한 이웃을 위해 일하겠다고 사회복지학과 대학생이 됐습니다. 사랑은 이렇게 돌아오는 걸까요?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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