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집회·시위 및 일반 형사사건의 구속영장 기각들
FTA반대시위 등 영장 ‘무더기 기각’
“불법집회 예방효과”식 발상 드러내
“불법집회 예방효과”식 발상 드러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연행된 7명의 구속영장이 최근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이들은 지난 6일 제3차 범국민 총궐기대회 때 서울 명동에서 경찰 헬멧을 벗기는 따위의 행동을 해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영장기각 이유로 검찰의 구속요건 소명이 부족했음을 들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12일 “(구속영장에 보면) 시위 과정에서 폭력에 가담한 정도가 중하다는 부분에서 ‘중한 가담’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고, (함께 검거된 나머지 21명과 비교해) 구속 여부를 가를 정도로 큰 차이가 없어 형평에 반할 여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2일 제1차 범국민 총궐기대회와 관련해 8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1명의 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검찰이 3차례의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와 관련해 청구한 구속영장 15건 가운데 8건이 기각된 것이다. 기각률은 53.3%에 이른다. 구속영장은 모두 경찰이 먼저 신청하고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청구한 것이다. 검·경의 무리한 구속 요구에 법원이 제동을 건 셈이다. 집회·시위와 관련해 검·경은 지난 5월에도 무리한 인신 구속을 시도한 바 있다. 경기 평택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위한 행정대집행이 이뤄질 때 이에 맞선 주민과 학생 등 60명의 구속영장을 무더기로 청구했으나, 법원은 14명의 영장만 발부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다. 기각률은 무려 73.3%에 달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검찰이 청구한 전체 형사사건 구속영장의 기각률(15.2%)과 비교해보면, 검·경이 집회·시위 관련자의 인신 구속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 드러난다. 법원이 이번에 7명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런 시위자들이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되면 불법집회 예방효과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불구속 재판의 원칙은 온데간데 없이, 인신 구속을 불법집회 예방 수단쯤으로 여기는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제2·3차 범국민 총궐기대회를 사전에 금지한 경찰의 발상과 같은 맥락이다. ‘예상되는’ 불법집회를 막기 위해선 헌법 원칙이고 뭐고 따질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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