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식 기자
독자여러분에게 2006년은 어떤 의미였나요?
저에게 올해는 어느 해보다 중요한 한해였습니다.
처음‘한겨레’기자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뛰었고, 독자들에게 우리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전달할 수 기회를 얻은 뜻 깊은 1년이었습니다.
며칠남지 않은 2006년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에도 좋은 사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대추리 평화 운동회]
[군홧발에 짓밟힌 대추리]
[맹인부부]
[수능보던 날]
[워드의 눈물]
[현충일]
[수마]
늦가을 대추분교의 운동장에는 고기 굽는 냄새와 왁자한 사람들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우리가 여기 살아 있다고, 우리를 잊지 말라는 대추리 사람들의 조용한 외침이었습니다. 고기한점과 막걸리 한잔, 대추리 사람들의 따스함이 제 속을 뜨뜻하게 데웠습니다. 하지만 김지태 이장의 어머니 황필순 씨는 가을운동회 내내 눈물을 훔쳤습니다. "우리 지태가 같이 있어으면...."
얼마전 앰네스티인터네셔널은 김지태 이장을 양심수로 선정했습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추리의 논밭은 군홧발로 짓밟혀 있었습니다. 경작을 막고 길목을 차단하기 위한 군인들의 작업이 한창인 대추리의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여전히 대추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추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은 저 하늘빛마냥 멍들어 가고 있습니다.
대추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살려달라는 피맷힌 울부짖음이 마포대교 아래를 가득채웠습니다. 격렬한 외침 한켠에 맹인부부는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살려주세요" 맹인부부가 던진 한마디였습니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간 지금. 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번 수능 역시 예외없이 차가운 바람이 불어댔습니다. 수험생들에게 이날 바람이 얼마나 매섭게 느껴졌을까요?
단 하루의 시험으로 인생의 큰 부분을 결정한다는 것. 너무나 어이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수능을 마치고 아버지의 품에 왈칵 안겼던 여학생, 그리고 이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마음. 전 알수가 없습니다.
이런 풍경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 걸까요?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회사의 아무개선배로부터 처음 칭찬을 들었던 사진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고백하자면 정말 '우연'이 말들어 낸 사진이었습니다.
이른바 '물'먹을까봐 두려웠고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무조건 찍어댔습니다. 아마도 300컷은 찍었던 것 같습니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준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충일.
무엇인가 다른 사진을 찍고 싶었고, 한참을 국립 현충원을 헤맸습니다. 연히 뛰어노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고, 다시 한번 우연히 노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렌즈는 이들을 향했습니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 필연이 만들어졌습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물이 휩쓸고 간 자리를 다시 물이 휩쓸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추스리기 전에 다시 한번 수마가 이들을 덥쳤습니다. 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은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한번의 재해였습니다. 3차례의 출장.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인제군 주민들의 모습.
앞으로 생계가 막막하다는 인제군 주민들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기를 빌뿐입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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