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모르니 반박도 인정도 못해”
민주노동당은 ‘일심회’ 사건과 관련해 이정훈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과 최기영 현 사무부총장을 8일 검찰이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한 것을 두고 공식 논평이나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박영규 수석부대변인이 “민노당이 사실상의 간첩 행위에 연루되었음이 입증됐다”며 “민노당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한다”고 공격해도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기자들의 물음에 “검찰 기소에서 새롭게 나온 것이나 상황이 변화한 것은 전혀 없다”며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만 답했다. 민주노동당은 수사 결과 발표 직후 김선동 사무총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어 이런 태도를 정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진실을 아무도 모르니, ‘조작’이라고 반박할 수도 없고, ‘맞다’고 인정할 수도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전·현직 당 간부들이 검찰에 의해 ‘간첩’으로 규정된 이번 일을 두고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 관계자는 “검찰 기소 내용으로 보면 당의 기밀과 동향이 북한으로 새나가, 오히려 민주노동당이 이 사건의 피해자라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기소로 국민들에게 당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더욱이 검찰 발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거나, 새로운 당내 연루자가 나타난다면 내년 대선과 이듬해 총선 등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당분간은 법률 공방을 지켜보면서 신중한 태도를 지켜갈 계획이다. 당내 일부에서 검찰 비난이나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 주장으로 치닫는 것도 자제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기소와는 별개로, 당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해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당내 대선 후보 검증 과정 등에서 북한이 민주노동당을 이용 대상으로 바라보는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당의 태도를 정리해야 한다는 게 지도부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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