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
“반FTA 궐기 또 폭력 우려”
이택순 경찰청장 비유 논란
이택순 경찰청장 비유 논란
이택순 경찰청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6일 치러질 제3차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 궐기대회도 지난달 29일 2차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금지할 뜻을 밝혔다.
이 청장은 “다른 단체들이 시민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하는 표현의 자유까지 막을 수는 없다”며 “(그러나 이번 집회 주최쪽인 범국민운동본부가 집회를 하게 내버려두면) 지난달 22일과 똑같은 사태가 일어나고 사회불안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29일 대회 때 사전 집회허가를 받은 민주노총의 일부 집회까지 경찰이 과도하게 통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래 집회 하겠다고 신고했던 분들(민주노총)은 백로이지만 폭력시위 우려가 있는 사람들(범국민운동본부)은 까마귀”라며 “까마귀에게서 백로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또 “1∼2천명 정도만 넘어가면 시위 통제가 안 된다”며 “꼭 옥외에서 집회를 열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는 등 헌법상의 집회·시위 자유의 본질마저 부정하는 듯한 발언도 거침없이 했다.
경찰이 지난달부터 교통체증을 이유로 도심집회 금지 조처를 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 한차례 폭력시위의 ‘전과’를 이유로 범국민운동본부 쪽 집회를 잇달아 금지하고 있는 이면에는 경찰 총수의 이런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쪽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경찰이 재단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 활동가는 “지난 29일 농민 등의 상경을 저지하면서 신체 및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침해한 경찰은 앉아서 어떻게 하면 집회시위를 통제할 것인가만 생각하느냐”며 “옥외에서 하든 옥내에서 하든, 그건 집회 주최 쪽의 자유이지 경찰청장이 감 놔라 팥 놔라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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