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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짜증나는 드라마 간접광고, 이유가 있었네

등록 2006-11-30 14:45

제작비ㆍ출연료 상승이 PPL 부추겨

"PPL(product placement:영화나 화면에 자연스럽게 상품이나 브랜드를 노출시켜 간접적으로 광고효과를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드라마는 모두 없어질 거예요.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합니다."(지상파방송사 PD A씨)

"세상이 뒤바뀐 줄도 모르고 여전히 PPL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돈을 착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예전에 비해 방송제작 현장이 무척 투명해졌습니다."(외주제작사 대표 B씨)

검찰이 방송 PPL과 관련한 방송사 직원들의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방송가에서는 "언젠가는 터질 만한 일이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 때문에 제작비 협찬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PPL이 방송에서는 개인 차원을 벗어난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TV 드라마 제작에 협찬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면서 PPL이 노출되는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는 협찬사 요구에 따라 주인공 직업이 정해지고 심지어는 줄거리까지 바뀌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SBS '루루공주'의 주연을 맡은 김정은이 이에 대한 불만을 팬사이트에 털어놓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방송사 드라마 게시판에 쏟아내는 불만의 단골 주제도 지나친 간접광고. 드라마마다 어느 업체인지, 어느 상품인지 뻔히 알 수 있는 장면을 노골적으로 내보내고 있어 시청자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는다. 방송위원회의 심의제재 대상에서도 간접광고나 협찬고지 위반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PPL은 기본적으로 자사 상품을 노출하고 싶은 기업과 부족한 제작비를 메우려는 방송사(혹은 제작사)의 이해가 맞아서 생긴다. 그리고 이는 방송사의 외주제작사 하청에 따른 이른바 '권력형' 비리 가능성과 제작비의 현실화 문제로 연결된다. 여기서 전자는 비단 방송계에서만 존재하는 문제가 아닌 반면, 후자는 수년째 방송계의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2000년대 들어 방송사를 제외한 외주제작사에게만 PPL을 공식적으로 허가한 것은 방송사 자체 제작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제작해야 하는 외주제작사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이 덕분에 독립제작사들이 활발하게 양성되기도 했다.

한 외주제작사의 대표는 "PPL은 모두 정식 계약을 통해 제작비로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돈을 착복하는 것은 옛날 이야기"라고 말한 뒤 "특히 큰 기업일수록 광고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제작사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더욱 투명하다"며 권력형 비리는 이제 일부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광고대행사의 난립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제작사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PPL 광고대행사의 난립은 이런저런 문제를 야기하는 게 사실입니다. 광고대행사가 아닌 다음에야 기업체들이 어떻게 직접 PPL과 관련해 적재적소를 찾아 뒷돈을 건넬 생각을 하겠습니까. 견물생심 아니겠어요?"

이 대표의 말처럼 과거에 비해 방송 현장이 많이 투명해졌다 해도 외주 하청에 따른 권력형 비리 가능성은 엄연히 존재한다. 방송사의 외주 관리 파트는 외주제작사를 선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곳. 이 때문에 방영권을 따내야 하는 외주제작사 입장에서는 앞다투어 로비에 나서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품수수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는 외주제작사가 PPL을 통해 보충해야 하는 손실로 연결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또다른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방송사 자체 제작 프로그램은 PPL을 받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오히려 비리를 키운다고 진단했다.

그는 "방송위가 방송사 자체 프로그램에 대한 PPL을 규제하면서 그 과정에서 PPL업체들이 무리하게 PD들을 직접 접촉해 거래를 하려고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이번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대목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한 방송사의 PD는 PPL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연예인들의 높은 출연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PPL, 특히 드라마 PPL이 절실한 것은 연예인들의 출연료 상승이 원인"이라며 "매체 수가 급증하면서 연예인들의 선택권은 더욱 넓어졌지만 시청률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몇몇 스타에 의지해야 하니 그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는데 그들에게 출연료를 주고 나면 제작비로 남는 게 거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통상 방송사가 책정하는 드라마 회당 제작비는 8천만 원에서 1억 원 가량. 그런데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1천만~2천만 원을 호가하니 몇몇 스타들에게 출연료를 주고나면 정작 제작할 돈이 없게 된다. 과다한 PPL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PD는 이어 "게다가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멋진 화면을 위해 해외 로케이션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니, PPL이 없으면 드라마는 모두 없어져야 할 판"이라며 "이러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없이 단순히 PPL과 관련한 규제나 적발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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