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이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7동 난곡사랑방에서 24일 학교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이 간식을 먹으며 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등을 맞대고 앉아 있던 판잣집들을 대신해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기껏해야 손수레(리어카)가 숨가쁘게 오르내렸을 가파른 언덕엔 자동차가 내달렸다.
서울 관악구 신림7동 산1번지 ‘난곡’. 2003년 재개발 이후 주민 85%가 떠나갔다. 아직도 남은 주민 대부분은 입주권조차 받을 수 없었던 세입자들. 이주비로 받은 500만∼600만원에 빚을 얹어 주변에 있는 보증금 1500만∼2000만원짜리 지하 단칸방 등에 흩어져 살고 있다.
그 언저리에 ‘난곡사랑방’이 있다. 1998년 난곡지역단체협의회를 결성해 99년부터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지원하는 ‘사랑의 밥집’ 사업을 시작했고, 2000년엔 40평 남짓한 공간에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난곡사랑방을 열었다.
기초생활 수급자 가정,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아이들에게 유일한 놀이터이자 공부방이 되어 왔다. 최근엔 맞벌이하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더 많아졌다. 방과후 교실도 오후 6시에서 8시까지로 늘려 운영하고 있다.
과외는커녕 학원 다닐 형편도 되지 않는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곧장 이곳으로 달려온다. 22일 오후, 초등학교 1학년인 현수(8)는 수줍은 듯 사랑방 선생님의 손을 방 한구석으로 이끌었다. 몸싸움 놀이를 하자는 것이다. 늘 어른들의 사랑과 보살핌에 굶주려온 아이들은 이곳 선생님들과 살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이런 아이들에게 지난 6년 동안 한결같이 보금자리가 되어 온 난곡사랑방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건물 보증금 5천만원과 매달 운영비 300만원을 지원해 오던 ㅍ기업이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더는 후원이 어렵다고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2003년에 이은 두번째 위기다.
2000년 한 컴퓨터 회사의 도움으로 마련된 이 공간은 2003년 회사가 합병되며 지원이 끊겼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ㅍ회사 임원들이 후원을 이어왔으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11월부터는 운영비 지원이 중단됐고 연말엔 보증금까지 되돌려줘야 할 형편이다.
사랑방이 문을 닫으면 매일 120여명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사랑의 밥집’도 끊기게 된다. 신주영 난곡사랑방 사무국장은 “매일같이 50여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드나든다”며 “아이들이 쉴 곳을 잃게 돼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따스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02)839-7925. 글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사랑방이 문을 닫으면 매일 120여명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사랑의 밥집’도 끊기게 된다. 신주영 난곡사랑방 사무국장은 “매일같이 50여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드나든다”며 “아이들이 쉴 곳을 잃게 돼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따스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02)839-7925. 글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올해 말이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7동 난곡사랑방에서 24일 학교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이 간식을 먹으며 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올해 말이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7동 난곡사랑방에서 24일 학교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이 간식을 먹으며 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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