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가짜 사이트 유인해 수천만원 떼먹은 사기범 구속
포털, 인증없이 검색화면 올려
포털, 인증없이 검색화면 올려
장아무개(52)씨는 징검다리 추석 연휴 기간이던 지난달 2일 유명 경매사이트에서 눈에 번쩍 띄는 물건을 발견했다. 시가 380만원짜리 40인치 텔레비전을 180만원에 판다고 했다. 판매자 이아무개(21)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이씨는 “잘 아는 안전거래 사이트가 있는데 수수료도 싸고 하니 그리로 가서 결제하자”고 제안했다.
장씨가 네이버에 ‘안전거래’로 검색해보니 이씨가 가르쳐 준 사이트가 맨 위에 떴다. 믿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결제를 했다. 그러나 사흘 나흘을 기다려도 물건은 오지 않았다. 이씨에게 전화를 하면 “추석 연휴라 배송이 늦어지고 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얼마 뒤 이씨의 전화가 아예 불통이 되고서야 장씨는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1일 이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달 2∼9일 사이 장씨 등 40명에게서 3900만원을 받아챙기고, 다른 7명한테는 고급시계나 상품권 등을 사는 척하며 물건만 받고 돈을 보내지 않는 수법으로 1600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씨는 시가보다 훨씬 싼 값의 상품에 혹한 소비자들을 미리 만들어둔 가짜 ‘안전거래 사이트’(에스크로)로 유인해 안심시키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별도의 인증 수순 없이 안전거래 사이트를 만들 수 있고, 포털에 5만원만 내면 자신이 만든 가짜 안전거래 사이트를 한달 동안 검색 화면 첫머리에 올려준다는 점을 악용했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유기일 경장은 “안전거래 사이트(escrow)를 만들 자격 요건이 안 되거나 결제대금 예치를 하지 않고 사이트를 만든 경우에도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는 등 제도에 허점이 있다”며 “믿을 만한 사이트가 아닌 경우 거래를 삼가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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