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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과학경진대회 비리 14건 수사
경찰, 뒤늦게 “사실 숨겨 죄송”…검찰선 연루 부인 서울시교육청 연구관이 학생들의 과학경진대회 작품을 대리 출품해 입상시킨 대입 특기자 전형 관련 비리(<한겨레> 11월16일치 14면 참조)와 관련해, 경찰이 전·현직 검찰 간부가 연루된 부분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사 관련 사안 빼곤 전부 입건=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구속된 김아무개(51) 연구관이 진술한 대리 출품 대상 학생의 학부모들 가운데 전·현직 검사 부인들은 한차례씩만 참고인 조사를 벌인 뒤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은 김씨가 대리 출품을 인정한 16건 가운데 14건을 집중 조사해 7건의 혐의를 밝혀냈고, 이 가운데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3건의 학부모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묘하게도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7건은 모두 전·현직 검사가 학부모인 경우였다. 경찰이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사건까지 샅샅이 혐의를 캔 것과 대조된다. 또 경찰이 이번 사건에서 출품 지도교사 명의를 빌려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현직 교사 8명 가운데 5명은 이들 전·현직 검사의 자제에 대해 지도교사 이름을 빌려준 혐의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 5명을 포함해 입건된 교사 6명을 다시 무혐의 처리하고 나머지 2명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사 부인들 경찰 소환 불응=전·현직 검사 3명의 부인은 경찰이 출석을 요구한 지난달 18일 이후 열흘 동안 소환에 응하지 않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27일 이후 차례로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은 그뒤부터 김씨가 이전의 자백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고 밝혔다. 특수수사과 황용수 2팀장은 “검사 부인들이 지도교사 이름만 빌렸을 뿐 실제 작업은 자신의 자제들이 직접 했다는 등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며 “검찰 간부가 연루된 사실은 지난달 18일 김씨 구속 이후 알게 돼 계좌 압수수색을 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찰 쪽 해명은?=검찰은 “별도로 주변 인물 계좌추적까지 벌였지만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ㅎ차장검사 건은 자녀가 아이디어를 내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김씨한테서 조언을 받은 정도인데다 돈거래가 없었고 ㅊ검사장도 마찬가지였다”며 “(혐의가 있었다면) 경찰이 가만 있을 리도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도교사를 맡아 지난 2004년 딸이 경시대회에서 입상한 ㅊ검사장은 “내 딸은 학교에서 대표로 뽑힌 상태에서 나갔고 다른 분야에서도 학교를 대표해 뽑혀 다녔다”며 “김씨가 그런 사람인 줄은 뒤늦게 알았다”고 밝혔다. ㅎ차장검사는 “아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작품을 만들어 서울시 예선을 통과했고 본선에 나가기 전 지도교사의 도움을 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돈을 제공하거나 다른 사람 발명품을 차용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왜 감췄나?=경찰이 여러차례에 걸쳐 전·현직 검찰 간부가 수사 대상에 오른 사실을 숨긴 것도 의아한 대목이다. 15일 수사결과 발표 때 “대상자 가운데 공직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경찰은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 검찰 간부 연루 사실이 알려진 16일 오전 브리핑 때 특수수사과 황 팀장은 “어제(15일) 오후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들의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된 이날 오후 허영범 특수수사과장은 다시 브리핑을 열어 “사실은 김씨가 구속된 지난달 18일 직후 검찰 간부가 수사 대상에 오른 사실을 알았다”며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허 과장은 “범죄와 관련 없는 사람의 신분을 공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종휘 황상철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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