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 ‘생의 마지막 순간’ 대하는 구조대원들
“아내가 자살하려 한다.”
지난달 29일 오전 8시25분, 서울 금천경찰서 백산지구대에 긴급한 112 전화가 걸려왔다. 이현호 경사의 마음이 바빠졌다. 부인 박아무개(30)씨와 별거 중이던 이아무개(35)씨가 자살을 암시하는 박씨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처형의 연락을 받고 신고한 것이다. 박씨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게 우선이었다. 119 지령실에 휴대폰 위치 추적을 의뢰했지만 정확한 지점을 알 수는 없었다.
경제난 ‘가족해체’ 주원인
하루 33명 자살…매년 늘어
곡예운전 출동했지만 너무 늦었을땐 참담… 즉시 동료들의 지원을 요청한 이 경사는 박씨가 있을 법한 교회, 찜질방, 사우나 등을 수색했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더욱 조급해졌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짧게는 몇분 안에, 길게는 몇시간 안에 발견하지 못하면 목숨을 구하기 힘들다. 이 경사는 박씨의 아파트를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아파트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을 보니 아침 7시10분께 박씨가 들어가는 모습만 찍혀 있을 뿐 나간 흔적이 없었다.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9시30분께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문을 부수고 들어서니 박씨가 수면제를 먹고 쓰러져 있었다. 박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사흘 뒤 무사히 퇴원했다. 이 경사는 “박씨가 세상을 뜨면 세살, 다섯살 된 어린 두 아이가 어떻게 될까 싶어 가슴이 매우 아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다. 2001년 15.5명, 2002년 19.1명, 2003년 24명, 2004년 25.2명에 이어 지난해 26.1명으로 5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만2000명, 하루 평균 3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제난 등으로 인한 가족 해체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급증하는 자살만큼 생의 마지막 순간을 대해야 하는 경찰, 119 구조대원, 자살상담센터 직원들의 마음도 긴박하고 안타깝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지역에 접수된 자살·자해 관련 119 신고는 1988건에 이른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허성탁 반장은 “목을 매는 경우는 5분 안에, 약물을 마신 때는 몇십분 안에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 소방서의 한 구조대원도 “싸움 끝에 홧김에 자살소동을 벌이는 경우는 출동해 구할 수 있지만 자살 의사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자살의 특성 때문에 대부분은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 발견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자살 관련 상담, 현장 출동, 치료 등을 맡고 있는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에도 한달 평균 600여통의 상담전화가 걸려온다. 전준희 위기관리팀장은 “자살 시도자들은 매우 다양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빨리 대처를 해야 한다”면서도 “충동적 자살자나, 미리 계획을 세워 시행 시기를 정해 자살하는 사람은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애를 썼지만 결국 자살 시도자를 구하지 못해 생의 마지막을 지켜봐야 하는 이들의 마음은 무겁다. 이 경사와 같은 지구대에 근무하는 안민권 순경은 올 1월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재수생을 구하려고 목숨을 건 곡예운전까지 했지만 결국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지고 말았다. 안 순경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고 말했다. 전준희 팀장도 “치매에 걸린 부인을 간호하다 심한 우울증에 빠진 할아버지를 여러차례 상담했지만 끝내 자살을 막지 못했다”며 “이런 경우 상담자는 심한 죄책감에 매우 힘들어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는 자살 충동자나 이들의 가족을 위해 24시간 전화(02-1577-0199) 및 인터넷(www.suicide.or.kr) 상담을 하고 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하루 33명 자살…매년 늘어
곡예운전 출동했지만 너무 늦었을땐 참담… 즉시 동료들의 지원을 요청한 이 경사는 박씨가 있을 법한 교회, 찜질방, 사우나 등을 수색했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더욱 조급해졌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짧게는 몇분 안에, 길게는 몇시간 안에 발견하지 못하면 목숨을 구하기 힘들다. 이 경사는 박씨의 아파트를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아파트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을 보니 아침 7시10분께 박씨가 들어가는 모습만 찍혀 있을 뿐 나간 흔적이 없었다.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9시30분께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문을 부수고 들어서니 박씨가 수면제를 먹고 쓰러져 있었다. 박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사흘 뒤 무사히 퇴원했다. 이 경사는 “박씨가 세상을 뜨면 세살, 다섯살 된 어린 두 아이가 어떻게 될까 싶어 가슴이 매우 아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다. 2001년 15.5명, 2002년 19.1명, 2003년 24명, 2004년 25.2명에 이어 지난해 26.1명으로 5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만2000명, 하루 평균 3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제난 등으로 인한 가족 해체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급증하는 자살만큼 생의 마지막 순간을 대해야 하는 경찰, 119 구조대원, 자살상담센터 직원들의 마음도 긴박하고 안타깝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지역에 접수된 자살·자해 관련 119 신고는 1988건에 이른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허성탁 반장은 “목을 매는 경우는 5분 안에, 약물을 마신 때는 몇십분 안에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 소방서의 한 구조대원도 “싸움 끝에 홧김에 자살소동을 벌이는 경우는 출동해 구할 수 있지만 자살 의사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자살의 특성 때문에 대부분은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 발견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자살 관련 상담, 현장 출동, 치료 등을 맡고 있는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에도 한달 평균 600여통의 상담전화가 걸려온다. 전준희 위기관리팀장은 “자살 시도자들은 매우 다양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빨리 대처를 해야 한다”면서도 “충동적 자살자나, 미리 계획을 세워 시행 시기를 정해 자살하는 사람은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애를 썼지만 결국 자살 시도자를 구하지 못해 생의 마지막을 지켜봐야 하는 이들의 마음은 무겁다. 이 경사와 같은 지구대에 근무하는 안민권 순경은 올 1월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재수생을 구하려고 목숨을 건 곡예운전까지 했지만 결국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지고 말았다. 안 순경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고 말했다. 전준희 팀장도 “치매에 걸린 부인을 간호하다 심한 우울증에 빠진 할아버지를 여러차례 상담했지만 끝내 자살을 막지 못했다”며 “이런 경우 상담자는 심한 죄책감에 매우 힘들어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는 자살 충동자나 이들의 가족을 위해 24시간 전화(02-1577-0199) 및 인터넷(www.suicide.or.kr) 상담을 하고 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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