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기각 계기 법원관행 바뀌나 촉각
법원 “원칙대로 하는 것” - 검칠 “수사에 장애”
법원 “원칙대로 하는 것” - 검칠 “수사에 장애”
론스타 사건 관련자들의 무더기 영장 기각을 계기로 법원의 영장 발부 관행이 바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원은 그동안 구속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울 경우에도 검찰의 수사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3일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의 영장을 기각한 민병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유회원씨 구속이 맞는지 불구속이 맞는지를 두고 많은 검토와 고민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자정이 넘어서야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유씨 등에 대한 불구속이 당연하다는 판단보다는 검찰이 제시한 구속 필요성에 애매한 부분이 있어 영장을 기각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 법원은 구속과 불구속 사이에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을 때 대체로 수사기관의 판단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영장을 발부해주는 경향이 강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과거에는 구속이 필요한지 명확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엔 수사기관을 믿고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애매하면 대체로 영장을 기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판사도 “그동안 법원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밀하게 처리해오지 않았지만, 이제는 제대로 하자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말했다.
법원은 이제라도 원칙에 따라 제대로 영장을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검찰도 차츰 이런 변화를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차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영장 심사에 관한 새로운 관행이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의 이런 변화가 “갑작스레 이뤄지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은 유씨 등의 영장이 기각된 뒤 “그동안 관행이나 해석을 통해 정착된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 우려’ 등의 영장발부 요건 기준이, 최근 들어 지나치게 확대 해석돼 수사에 많은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갑작스런 변화의 근거로,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청구한 영장 기각률이 올 들어 2~3배 가량 급증한 점을 제시했다. 검찰은 또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최근 논란이 됐던 이용훈 대법원장 발언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새로운 영장 발부 기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엄격해진 영장 심사가 주로 화이트칼라 범죄나 ‘힘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의 한 변호사는 “유명 로펌이나 전관 변호사를 고용하는 권력층의 영장 기각 사례는 많은데, ‘힘없는’ 사람들의 영장은 여전히 잘 발부되고 있다”며 “법원의 방향이 아무리 올바르더라도 어느 정도의 일관성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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