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였다는 의혹 제기로 시작된 대검 중수부의 론스타 수사가 235일의 대장정을 거쳐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수사가 착수됐을 당시 미국으로 도피한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 스티븐 리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의혹의 실체에 접근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검찰이 2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비리의 몸통이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 난제 산적했던 수사 235일 = 론스타 사건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고발한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이 3월 13일 대검 중수부에 배당되면서 본격화됐다.
같은달 30일 외환은행 헐값매입과 탈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론스타 한국사무소와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자택, 경기도 파주군에 있는 허드슨코리아 문서보관 창고 등에 대검 중수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검사 3명과 수사관 60여명이 투입돼 박스 700개 분량의 방대한 자료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의 신호탄이 울린 것이다.
그러나 헐값매입 의혹의 전모를 알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 스티븐 리가 입국을 거부하고 외환은행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관계자 진술이 서로 엇갈리면서 2003년 9월 이뤄진 외환은행 매각 당시의 상황 파악에 어려움이 쌓이기 시작했다.
속전속결로 결론날 것으로 예상됐던 론스타 수사가 돌발 장애에 봉착한 탓에 6, 7월이면 수사가 끝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수사결과 발표는 7월에서 8월로, 다시 11월 말로 늦춰지게 됐다.
돌파구 마련에 어려움을 겪던 검찰은 8월 말 대검 중수2과 소속 검사 4명으로 출발한 수사팀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ㆍ횡령 사건을 담당했던 중수1과 인력을 추가해 수사팀은 검사 12명, 수사관 70∼80명으로 늘어났다.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헌재 전 부총리, 그와 학연ㆍ지연으로 얽힌 인사들이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관여했다는 의혹 때문에 `이헌재 사건'이 검찰의 조준권에 들어온 것은 이 무렵이다.
◇ 이달 말까지 연쇄 사법처리 예상 = 8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를 통해 `검은 돈'을 주고 받은 인사들이 수사망에 걸려들어 쇠고랑을 찼으나 고구마 넝쿨이 되지 못한 채 대부분 단발로 그쳐 전체적인 수사 성과는 매우 미진했다.
외환은행 매각 자문사였던 엘리어트홀딩스 박순풍 대표가 외환은행의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던 전용준 당시 경영전략부장에게 자문사 선정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가 포착돼 4월 초 구속됐고 론스타 자회사인 허드슨코리아 신동훈 전 부사장, 부실채권처리 펀드인 KDB파트너스(K&Pㆍ옛 LSF-KDB) 대표 우병익씨와 이대식 전 상무가 구속됐다.
그러나 헐값매각 의혹의 전모를 알고 있는 관련자들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가 제자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법원이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정헌주 허드슨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을 `위법한 긴급체포'라는 이유로 기각하면서 수사가 암초에 부딪힌 것이다.
법원의 연이은 영장 기각으로 론스타 수사가 성과 없는 미제사건으로 남는 듯 했으나 외환은행 매각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냈던 변양호씨가 현대차측으로부터 2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면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론스타의 법률자문회사인 김앤장 고문을 맡았던 이헌재 부총리의 출국금지 조치도 취해졌고 의혹의 핵심에 있는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은 7월부터 거의 매일 검찰로 출퇴근하다시피 하며 조사를 받아왔다.
수사 과정에서 엘리스 쇼트 론스타 본사 부회장 등 외환은행 사외이사 3명이 외환카드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올 경우 론스타는 은행법에 따라 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하기 위해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전망치를 6.16%로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 수사는 또 한 차례 대전환점을 맞는다.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로비, 외환은행 비자금, 외환카드 주가 조작 등과 관련해 이달 초 일부 관련자들의 신병을 처리하고 월말에는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어서 연쇄적인 사법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스티븐 리의 신병 확보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고 외환은행 매각을 지휘했던 변양호씨와 외환은행 매각이 사실상 결정됐던 2003년 7월 15일의 `조선호텔 10인 대책회의' 참석자들도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의혹의 실체가 완전한 모습을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심규석 기자 k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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