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 밝혀
삼성 에버랜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부장 박성재)는 지난 31일 이학수(60) 삼성 부회장을 두번째로 불러, 1996년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계열사들의 실권, 이재용(38)씨 남매의 전환사채 인수 등 일련의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앞으로 이 부회장을 한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이건희(64) 삼성 회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인규 3차장은 “지금까지 조사받았던 사람들보다 이 부회장이 부인하는 정도가 더 세지만, 말하는 것이 모두 다 진실은 아니다. 종착역이 멀지 않았다”고 말해, 이 부회장이 이번 사건에 깊숙이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강하게 부인하지만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현명관(65)씨보다는 비서실 차장이던 이 부회장이 (상황을) 더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은 또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가 자녀들에게 넘어간 과정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그룹의 경영권이 누구한테 넘어가는 문제인데, 이런 사항을 ‘주인’인 이 회장이 몰랐을 리 있겠느냐”며 “결국 이 회장이 이 사건의 ‘몸통’이고 이학수 부회장은 월급을 받는 고용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및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헐값 발행 과정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이들 사건은 모두 이재용씨에게 삼성의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검찰은 또 이재용씨가 인터넷 사업에서 본 손실을 삼성 계열사들이 떠안은 과정에도 비서실이 개입했는지를 조사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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