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병원비로 카드·사채
1500만원 빚 어느덧 2억원
1500만원 빚 어느덧 2억원
평범한 주부가 생활비에 보탠 사채 빚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강도짓을 저질렀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조아무개(30·여)씨는 간경화로 쓰러진 친정 아버지의 병원비를 보태기 위해 지난 2002년 남편 몰래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평범한 회사원인 남편, 두 아이와 함께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조씨는 아무래도 친정 일로 남편에게 손을 벌리기가 껄끄러웠다. 조씨는 이 신용카드로 1500만원을 대출받아 친정 아버지의 병원비와 생활비 등에 보탰다.
하지만 남편 월급 300여만원 외에 특별한 수입 없이 살아가는 조씨에게는 이 빚을 갚기가 만만치 않았다. 부족한 신용카드 결제 대금은 주변에서 빌리거나 살고 있는 빌라를 담보로 대출받을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더 이상 돈을 빌릴 곳이 없자, 지난해 5월 조씨는 대부업자에게서 일주일에 20%라는 살인적인 고금리로 2000만원을 빌렸다. 조금씩 돌려막긴 했지만 결국 그 빚은 4000만원까지 늘었고, 그동안 갚지 못한 신용카드 빚, 담보 대출금, 개인적으로 빌린 돈까지 합쳐 채무는 모두 2억여원으로 불어났다. 카드빚과 대부업자에게 빌린 사채를 갚으라는 추심 독촉도 조씨를 괴롭혔다. 당장 1일까지 갚아야 할 빚이 5500만원에 이르렀다.
끝내 빚 갚을 방법을 찾지 못한 조씨는 인근 새마을금고를 털기로 결심했다. 조씨는 31일 오전 10시20분께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구로구 고척동의 한 새마을금고에 복면을 하고 흉기를 든 채 들어가, 고객 노아무개(60·여)씨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직원들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소리쳤다. 조씨의 어설픈 강도짓에 새마을금고 직원 박아무개 과장은 비상벨을 누르고 가스총을 들이대며 저항했다. 겁이 난 조씨는 두려움에 흉기를 내던진 채 도망갔고, 당황한 나머지 당겨야 열리는 새마을금고 현관문을 계속 밀고 있다가 붙잡히고 말았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이날 조씨를 상대로 보강 조사를 벌인 뒤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의 지난해 설문조사를 보면, 사금융을 이용한 사람 가운데 교육비·병원비 등 생활에 필요한 급전을 빌린 경우가 가장 많은 26%를 차지해, 사업 실패나 실직 등의 이유보다 많았다. 평범한 서민이 빚의 늪에 빠질 위험이 더 커진 셈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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