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살 이상 노인들을 위해 서울시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연 ‘2006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17~18)를 찾은 구직자가 17일 오후 모델체험관에서 대본을 들고 마이크를 쥔 채 연기 체험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실버상품 잇단 등장 수요 늘어
자식 키우느라 꿈도 못꿨는데
용돈 벌고·젊음 느껴 행복
자식 키우느라 꿈도 못꿨는데
용돈 벌고·젊음 느껴 행복
“젊은이들만 모델 하란 법 있나요. 요샌 노인 모델도 인기랍니다.”
김현순(61)씨는 지난 7월 한 실버주택 광고에 출연했다. 연기나 모델 일을 해본 적 없는 김씨지만 지난 6월 김씨가 다니는 서초노인종합복지관에 찾아온 광고업체 사람들의 눈에 띄어 제주도에서 2박3일 광고 촬영을 하게 됐다. 젊은 모델들의 ‘무기’가 뛰어난 외모라면 김씨에게는 ‘편안한 인상’이 장점이 됐다. 주연급 모델로 광고에 등장한 덕분에 김씨는 출연료로 1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연기를 잘 못해서 민망했지만 힘들기는커녕 촬영이 무척 즐거웠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와 맞물린 각종 실버 상품들의 잇따른 등장이, 노인 모델의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고대행사 레디엔터테인먼트의 구기운 실장은 “2~3년 전부터 통신업체와 건강식품 홈쇼핑업체, 보험업체 등 다양한 기업들이 노인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울시 고령자취업알선센터협회 관계자도 “복지관 등에 노인 모델 알선을 의뢰하는 업체가 분기마다 한 곳 정도 있었는데, 올해 들어선 한 달에 한 번꼴로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노인 모델 수요 급증은 모델 선발 방식의 변화도 불러오고 있다. 서울 탑골공원이나 노인복지관 등에서 이뤄지는 ‘거리 캐스팅’에서, 취업 박람회장의 부스로까지 발전했다. 17~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06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장’에도 모델 선발 업체 7곳이 입주해 노인들에게 ‘모델 취업’을 알리고 있었다. 지난해 2곳에 비해 부쩍 많아진 것이다.
노인들의 호응도 뜨거워, 이날 박람회장의 레디엔터테인먼트 부스에는 개장 한 시간여 만에 지원자 100여명이 몰렸다. 이들은 키와 몸무게, 발 치수까지 적은 이력서를 작성하고 즉석 카메라 테스트를 받았다.
보라색 리본블라우스를 곱게 차려입은 원정자(65)씨는 머리를 매만지고 카메라 앞에서 환히 웃었다. 그는 “젊어서부터 끼가 있었지만 살림하고 삼남매 키우느라 이런 데 나오는 건 꿈도 못 꿔봤다”고 말했다. 원씨는 먼저 광고에 출연했던 친구를 따라 두어달 전부터 광고에 서너차례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용돈 버는 것도 기분 좋지만 젊어지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노인 모델의 수입은 단역의 경우 건당 4만~7만원 정도다. 그러나 영상 광고의 주연급으로 출연하면 100만원 선, 얼굴이 좀 알려지면 200만~300만원도 거뜬히 벌 수 있다.
뜻밖에도 모델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여성보다 남성이 월등히 많았다. “일자리를 구하러 나오는 노인의 대부분이 남성이기 때문”이라고 광고모델 업체인 에이전시 엔와이컴의 용한중씨가 전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일감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노인 모델의 단점이다. 이날 노인 모델로 지원한 이선욱(65)씨는 “꼭 한 번 모델 일을 해보고 싶은데 일감이 없을 땐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게 걸린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뜻밖에도 모델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여성보다 남성이 월등히 많았다. “일자리를 구하러 나오는 노인의 대부분이 남성이기 때문”이라고 광고모델 업체인 에이전시 엔와이컴의 용한중씨가 전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일감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노인 모델의 단점이다. 이날 노인 모델로 지원한 이선욱(65)씨는 “꼭 한 번 모델 일을 해보고 싶은데 일감이 없을 땐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게 걸린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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