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그 동안 존폐논란이 이는 등 ‘뜨거운 감자’였던 경찰대학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변화를 모색키로 했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9일 “경찰대학의 새 활력과 발전, 개혁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조만간 내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외부용역도 동시에 맡겨 내년 6월까지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경찰대가 그 동안 우수한 경찰 간부를 양성해왔다고 전제한 뒤 “대학이 생긴 지 30여년이 다 돼가는 만큼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됐고, 근간은 유지하되 사회변화에 발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이를 위해 조만간 정봉채 경무기획국장(치안감)을 단장으로 하는 팀 구성에 착수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는 경찰대 폐지 문제를 둘러싸고 토론회가 열렸다.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주최한 ‘경찰대학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경찰대 존폐 여부 및 폐지 때 후속대책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발제에 나선 한상암 원광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경찰대 출신들이 재정상, 인사상, 병역 상의 특혜를 등에 업고 조직화·세력화해 감에 따라 비경찰대 출신들이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온 게 사실”이라며 “경찰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입직경로(직업에 입문한 경로)에 따른 위화감을 없애며, 경찰대 출신들이 지금처럼 특혜의 온실에서 자라 세력화하는 것을 막는 것은 당면한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경찰대 존치론자들의 주장을 먼저 소개한 뒤 폐지론의 근거로 △대졸자 등 우수인력의 경찰지원 급증 △경찰대의 교과과정이 대학이라는 기관의 가치에 맞지 않음 △경찰대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특채되고 학비는 물론 숙식비·교재비 등까지 일체를 국가가 부담하는 특혜를 입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토론에 나선 장석헌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경찰대 폐지를 전제로 간부후보생 제도도 함께 폐지하고 경찰 입문을 오로지 순경으로 단일화하는 방안과 간부후보생 정원을 현재 연간 50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새로운 경찰 간부 수급 방안으로 제시했다. 전대양 관동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경찰대를 전문경찰연구기관으로 개편하면서 연구개발과 동시에 이를 재교육하는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안을 내놨다.
폐지 논의는 성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창무 한남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경찰대 문제도 거시적으로 형사사법체계의 틀에서 논의를 해야한다”며 “현행 형사사법체계상 특정 기관, 즉 검찰에 힘이 쏠려 있는 등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대 폐지는 성급한 주장이다”라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이어 “수사권 조정 등의 문제가 경찰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선행조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이 청장의 태스크포스팀 구성 발표를 놓고 ‘경찰이 등떠밀려 마지못해 나섰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에도 경찰대 개혁방안 마련을 약속해놓고 그 동안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다가 최 의원실 쪽에서 최근 경찰대 폐지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서명작업에 나선 다음에야 대응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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