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8일 파산자 김아무개(44)씨가 “어머니 질병 치료와 자녀들의 생활비로 신용카드를 사용했고, 직장도 없어 빚을 갚을 능력이 전혀 없는데도 채무 중 일부만 면책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면책 신청사건 재항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재량 면책을 할 때 채무자의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채무액의 일부 만을 면책하는 이른바 일부 면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채무자가 일정 수입을 계속 얻을 가능성 등이 있어 채무로 인해 다시 파탄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점에 대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한해 일부 면책이 허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을 꾀하는 것이 개인파산 제도의 취지인 만큼 전액 면책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면책은 파산절차 뒤 잔여 채무를 갚아야 할 책임을 면제하는 것을 뜻하며, 재산을 숨기거나 낭비·도박으로 과도한 빚을 졌을 때 등은 허가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럴 때도 법관이 재량으로 면책을 허가할 수 있다.
김씨는 돈을 꾸거나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생계를 꾸려오다 돈을 갚지 못하게 되자 카드 돌려막기와 ‘카드깡’을 하다 2004년 파산했다. 또 파산 전에는 아파트 보증금을 빼내 처제에게 빌린 500만원은 갚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1·2심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가 낭비 등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어머니의 질병 치료 등에 돈을 사용한 점을 감안해 채무의 70% 면책을 결정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