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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필진] 우리도 세계적인 시민공원을 만들어 보자

등록 2006-09-20 17:35


지난 9월5일 서울 YWCA대강당에서는 ‘용산기지 공원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기호교수는 “서울시 일인당 공원면적은 4.58㎡로 뱅쿠버(23.46㎡), 뉴욕(14.12㎡), 심지어 상하이(9.2㎡)나 싱가포르(7.89㎡)보다 훨씬 못 미친다고 하면서 생활권 공원면적이 절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경적인 측면의 국제 경쟁력 확보차원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 용산 미군기지 전체가 공원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청계천, 남산, 서울숲과 용산공원을 연결하는 녹지보행로(Greenways)을 형성하여 친환경적인 서울 도시공간을 조성하자”고 역설했다.

용산기지가 ‘개발’이 아닌 ‘공원화’가 되기 위해 반드시 사전 합의될 사항이 있다. 그것은 여태까지처럼 아파트 부동산 광풍이 용산 녹지공간에 스며들어 투기장으로 변모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8월24일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124년 동안(임오군란, 1882년 이래) 외국 군대들이 주둔하였던 용산의 아픈 역사를 되짚어 보내고, 이제 자주와 평화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공원이 들어선다”며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도심 한복판의 80만평 녹지공원은(메인 24만평과 사우스포스트 57만평만 공원화를 하겠다는 의미이며 주변 산재터 5만5천평은 미군기지 이전비용 마련을 위해 개발추진)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번영의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산기지를 일단 ‘시민 공원화’로 활용하겠다는 각계의 의견은 일치해 보인다. 정부뿐 아니라 서울시도 “반환부지 전체의 온전한 공원화”를 요구하고 있고, 환경단체도 “북악산에서 남산을 거쳐 용산에 숲이 조성된다면 서울에 거대한 녹지축이 복원되고 한강과 교차한다”고 반기고 있다. 그들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공적인 공원조성 보다는 자연 스스로 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생태공원”을 주장한다.


하지만 용산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의 현실적 문제에 대해선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이미 기지이전 조건으로 5조 5천억원+α 로 알려진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또 용산 공원조성 비용으로 1조 5000억 원이나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용산기지를 전면 공원화하는 대신 일부 땅을 떼어 아파트·주상복합 등 주거시설과 상업·문화시설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난 7월28일 특별법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세금 증액이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보전·관리하자는 국민신탁(National Trust)제도를 거론한다. 또 일부 시민단체들은 재협상론도 요구한다. 정부와 ‘공원화’ 주도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시는 “다른 부지 매각”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상암 DMC등 서울시내 10여 곳의 국유지에 대해 상업용지로 용도변경을 고려해 보자는 것이다.

이상훈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미군기지 이전비용과 반환 용산 기지 활용방안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개발’논리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용산 공원화의 원칙과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또 많은 시민들이 우려하듯이 용산공원이 일부 지역 부자들의 정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경관의 독점화 혹은 사유화를 막을 방안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2045년 용산공원을 완공하겠다고 했다. 미군이 떠나가는 2008년부터 37년간 공원조성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각도로 검토한 후 실행할 시간은 충분하다. “오랜 기간 외국군 주둔지로 되어왔던 서울의 중심지가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역사 공간으로 보존되면서 세계적인 공원으로 만들어지는 일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라는 이 정책실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우리 국민이 2002년 월드컵 4강신화를 만들 때를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명물로 대한민국을 내세운 적이 있던가? 우리도 뉴욕의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런던의 하이드 파크(Hyde Park) 못지 않는 시민과 자연이 조화되는 세계적인 환경공원을 멋지게 한번 만들어 보자.

또 서울이 “아시아의 금융허브’니 뭐니 하면서 국제적 위상을 높인다고 모처럼 합의된 ‘시민공원’으로 활용할 구상이 자유시장 논리에 따라 뒤에서 다른 방향으로 논의돼선 안되겠다. 즉 자연 녹지공원이 대규모 난개발과 환경파괴로 이어져 지하에 수익시설, 위락시설 등으로, 주변에 고층 주상복합건물, 고급호텔 등이 들어서는 등 도시위용을 자랑하는 곳이 돼서는 안되겠다. 또한 생태공원이 아닌 민족·역사공원이라는 이름 하에 각종 이익단체의 기념관이 곳곳에 터를 잡게 돼서도 안되겠다. 꼭 필요하다면 역사 기념비 정도로 충분히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모두가 다 용산기지를 ‘시민공원화’ 하자고 한 목소리를 낸다. 이젠 우리가 세운 한가지 목표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함께 묘안을 짜 낼 때이다. 상업적인 논리에 의한 쉽고 근시안적인 방법보다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의 지혜를 모아 앞으로 500년, 100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실천방안을 내 놓을 때이다.

이를 위해 국가기관은 사기업과 달리 공공성이 무엇이고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심사 숙고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건교부와 서울시 두 공공단체가 만에 하나라도 정략적인 복안을 갖고 현재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보다 솔직하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갖고 우리의 미래세대에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남겨줄 아름다운 정책을 내 놓길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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