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심파기…판결 확정땐 과징금 87억5천만원
삼성카드가 1999년 삼성상용차 유상증자 때 발생한 실권주를 인수한 것은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19일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5개 계열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삼성카드의 삼성상용차 실권주 매입은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삼성카드는 99년 9월 삼성상용차의 3400억원 유상증자 때 발생한 실권주를 주당 1만원에 125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상용차는 1998년에 이미 72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으며, 삼성캐피탈이 삼성카드에 합병되기 전 증자에 참여하면서 검토한 서류에도 삼성상용차의 99년 세전 이익을 -1932억원으로 예측하고 있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했다”며 “그럼에도 삼성상용차가 제공한 추정 재무제표, 미래의 투자 및 영업계획 등의 자료만을 근거로 평가한 1주당 가치는 실제보다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삼성카드가 적지 않은 규모의 실권주를 인수한 것은 계열사인 삼성상용차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로서 삼성상용차의 재무 구조와 경영 여건을 개선해 상용차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을 막는 등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적어도 실권주를 인수할 때는 적정한 평가를 통해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 한 투자행위로서 경제적 합리성을 부인할 수 없어 이를 부당지원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서울고법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삼성카드는 87억5천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99년 2월 삼성생명보험이 갖고 있던 한일투신운용 등의 주식 60만주를 한빛은행이 갖고 있던 삼성투자신탁운용의 주식 60만주와 액면가 5천원에 맞교환하면서 매수자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로 특정해, 낮은 값으로 우회 매도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2001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상용차 실권주 매입, 수익증권 판매보수 과다 지급, 이재용씨에 주식 저가 우회매매, 벤처기업 설립 지원 등 3311억원대의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시정 명령과 함께 99억7천만원의 과징금을 물리자 소송을 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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