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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필진] 용산 기지 안엔 용산(龍山)이 있을까요?

등록 2006-09-12 18:43수정 2006-09-12 18:50

경조오부도

최근 용산기지 터에 공원을 조성하는 문제를 두고 중앙정부와 서울시간에 갈등이 벌어졌는데요.

저는 서울시가 메인, 사우스 포스트 전체의 공원화를 요구하고, 이를 법 조항으로 못 박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의뢰했다는 한 보고서에 나온 것처럼 메인 포스트와 사우스 포스트의 외곽 일부를 매각해서 미군 기지 환수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용산 공원은 현재 용산 기지 남쪽 세계일보 터에 짓는 주상복합 건물인 ‘시티파크’와 같은 고층의 건물들로 둘러싸이고, 결과적으로 용산 공원이 고립되고 사유화할 위험이 커 보입니다.


저는 이런 무거운 문제를 이야기하려 하는 것은 아니구요.

얼마 전에 한 신문 칼럼에서 보니 한 전문가가 용산 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용산 기지 안의 용산 기도 되살리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한 것을 보고 드는 생각이 있어서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용산 기지 안에는 ‘용산’이란 산은 없습니다. 마치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러면 용산은 어디에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용산’을 말하지만, 실제 ‘용산’이라는 산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용산'은 중구·마포구·용산구의 경계에 있는 만리재(보통 만리동 고개)에서 효창공원~용마루 고개~새창 고개~용산 성당~용산구 청암동으로 이어지는 긴 산줄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용산구지> 등 서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지금 이 '용산'은 서울의 확장과 개발 과정에서 아파트와 공원, 도로 등으로 뒤덮여 도무지 산으로 보이지 않지만, 예전에는 어엿한 산이었던 것입니다. 참고로 제가 몸담은 한겨레신문사도 용산의 서쪽 기슭에 있는 셈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용산 줄기의 핵심은 용산구 도원동·산천동·청암동과 마포구 도화동·마포동 사이에 있는 능선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땅이름 전문가인 배우리 선생은 “용산 줄기 가운데서도 용마루 고개 부근은 용의 목덜미에 해당하고, 용산 성당이 있는 곳은 용산에서 가장 높은 산마루이며, 여기서 청암동까지가 용의 머리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시더군요.

다음의 옛 지도(경조오부도)에서 한성부 서부 용산방에 있었던 용산을 한 번 찾아봅시다. 작아서 잘 안 보이면 지도를 직접 클릭하면 됩니다.

모두 한자로 적혀 있어 읽기가 쉽지 않은데요. ‘용산’(龍山)은 지도의 왼쪽 아래의 긴 섬(여의도+밤섬) 건너편에 마포(麻浦), 읍청루(揖淸樓), 군자감 별고(軍資監 別庫)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찾으셨나요? 이 긴 산줄기가 바로 용산인데요. 현재는 동쪽은 용산구, 서쪽은 마포구에 속해 있어서 용산구와 마포구의 경계선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용산 기지 안에는 산이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용산 기지 안에도 분명히 산이 있었는데, 그것은 ‘용산’이 아니라, ‘둔지산’입니다. 경조오부도를 다시 한 번 보시죠.

먼저 지도 가운데 동그란 한양 도성 남쪽에서 ‘목멱산’(木覓山·남산)을 찾아보십시오.

그 아래쪽에 ‘전생서’(典牲署), ‘이태원’(利泰院)이라는 지명이 보이고, 그 아래에 왼쪽으로 뻗은 산줄기에 ‘둔지산’(屯之山)이라고 적혀 있죠? 바로 이것이 용산 기지 안의 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둔지산은 지금의 용산기지의 사우스 포스트에 있었으며, 현재 지도의 등고선으로 보니 녹사평역쪽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미군 기지 안이라서 현재의 지형이 어떤 상태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음 사진을 보면 산줄기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진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사진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사진의 가운데 위쪽에 국방부 건물이 보이시나요? 이 국방부 건물 위쪽 왼편에 가로로 긴 숲이 있습니다. 저는 아마 이 숲이 둔지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둔지산이라는 이름은 이 일대의 지명으로도 쓰였는데, 조선 시대에 용산 기지 일대는 한성부의 남부 ‘둔지방’이라는 행정구역으로 불렸습니다. 반면 진짜 '용산'은 한성부 서부 용산방에 있었죠.

그런데 ‘둔지’라는 이름은 무슨 뜻일까요? 이에 대해 대해 배우리 선생은 “‘둔지’라는 이름에서 ‘둔(또는 둠)’은 큰 산에서 맥이 끊기거나 가늘게 이어져 솟은 작은 산을 이른 것이고, ‘지’는 ‘아우라지’ ‘아오지’라는 지명에서처럼 땅이나 지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제 고향인 대전에도 중앙정부 청사가 들어선 ‘둔산’이라는 지역이 있는데요.

이 곳의 원래 이름이 ‘둔지미’였고, 여기서 ‘둔지’도 바로 용산 기지 안의 ‘둔지’와 같은 뜻이라고 배 선생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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