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건설교통부 6급 공무원 최아무개씨가 구입한 15억원 상당의 상평통보 등 희귀 화폐 일부가 7일 오전 경찰청에서 공개됐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가족들에게 차 1대씩 사주고
1주일에 2~3차례 룸살롱 다녀
1주일에 2~3차례 룸살롱 다녀
28억 횡령공무원 ‘흥청망청’
29억여원의 국고를 빼돌려 흥청망청 쓰다가 지난 5일 덜미가 잡힌 건설교통부 6급 공무원 최아무개(33)씨의 집과 별장을 수색하던 경찰청 특수수사과 요원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국, 북한, 미국, 러시아 등지의 화폐 및 주화 등이 자그마치 2t 가량이나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상평통보 수천냥부터 1967년 발행된 1원짜리 새동전 500개(시가 3천만원 상당) 등 전체 가격만 해도 모두 15억원 어치나 됐다. 경기도 용인의 3층 짜리 최씨 별장은 지하에 당구대와 미니 바까지 갖추고 있었다.
억만장자 뺨치는 최씨의 이런 생활은 철도청 8급 직원으로 일한 2000년부터였다. 가족들에게 차를 1대씩 사주는가 하면 1주일에 두세 차례나 서울 강남의 룸살롱에서 직장 동료들과 어울렸고, 룸살롱에서 만난 여성에게 “생활비에 보태 쓰라”며 3천만원을 주기도 했다. 주변에는 “주식 투자를 해 대박이 터졌다”고 둘러댔다.
그렇지만 그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철도청 서울건설사업소 품질관리과에 재직하던 2000년 5월부터 2년 동안 4차례에 걸쳐 실제 있지도 않은 가스배관 이설공사 서류를 만들고 계장·과장·소장 등의 서명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모두 28억8천여만원의 예산을 빼돌려 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최씨가 ‘원래 주화 수집이 취미인데다 많이 사놓으면 투자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7일 특경가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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