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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급외제차 알고보니 사고경력 헌차

등록 2006-08-24 19:49

<b>새차로 둔갑한 헌차</b> 경찰청 수사관들이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마당에서 벤츠 등 중고 수입명차의 주행거리 및 사고기록을 조작해 새 차로 팔아온 일당한테서 압수한 차량과 개조된 부품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새차로 둔갑한 헌차 경찰청 수사관들이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마당에서 벤츠 등 중고 수입명차의 주행거리 및 사고기록을 조작해 새 차로 팔아온 일당한테서 압수한 차량과 개조된 부품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매장 전시용…새것 다름없다” 속여 판 일당 적발
자영업자 ㅇ씨(61)는 올해 3월 인터넷 중고수입차 사이트에서 좋은 물건을 발견했다. 5000㏄짜리 스포츠 세단인 벤츠 CLS500 모델인데 값이 1억200만원으로 시중가보다 4천만원 가까이나 쌌다. 판매업자는 “주행거리 3천㎞로 독일 현지에서 매장전시용으로 쓰던 차라 싸게 판다”며 새 차나 다름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 차를 건네받아 몰던 ㅇ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주행거리에 비해 타이어가 너무 많이 닳아 있었다. 차를 자동차 검사소에 가져가 정밀검사한 ㅇ씨는 경악했다. 운전석 뒤쪽 문짝이 통째로 교체됐고, 뒷범퍼에도 사고의 흔적이 있으며 도색을 다시 한 사실도 밝혀졌다. 독일에 있는 벤츠 본사에 확인한 결과 해당 차량은 이미 2만8천㎞를 뛴데다 사고 경력까지 있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전시용 차’ 또는 ‘테스트용 차’라는 거짓말로 헌 외제 고급차를 새 차로 속여 판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독일인 ㅎ(52)과 한국계 영국인 ㅈ(51)씨의 구속영장을 24일 신청했다. 또 중고 외제차를 불법 개조해준 전아무개(40)씨 등 차량 수입·정비업자 6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벤츠나 베엠베(BMW), 아우디 등의 고급 외제 중고 승용차를 들여와 주행기록 계기판을 조작하거나 사고기록을 위장하는 수법으로 17명 이상에게 100여대의 헌 외제차를 새 차로 속여 판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수사과 황용수 2팀장은 “피해자 대부분이 의사나 변호사, 중소기업 대표 등”이라며 “17명 이외에 구매자로 확인된 66명에게 연락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부당하게 챙긴 돈이 25억원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피의자들의 은행대출을 도운 금융감독원의 한 수석검사역과 자동차 수입·인증 과정에서 불법을 눈감아준 것으로 의심되는 교통환경연구소 소속 공무원들도 경찰의 용의선상에 올랐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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