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22일 자신의 집무실 책상 밑에서 발견된 무선도청기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비밀대화 계속 새나가”…내부자 소행 가능성 무게
대한의사협회(회장 장동익) 상근부회장 집무실에서 도청기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의협은 22일 오전 10시께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있는 의협회관 2층 이승철 부회장의 집무실 책상 밑에서 정체불명의 도청 장치를 발견해 용산경찰서에 신고했다. 진한석 의협 총무국장은 “집행부의 비밀스런 대화 내용이 계속 외부로 새어나가는 게 이상해 지난 20일 보안업체에 탐색을 의뢰한 결과 부회장 집무실 책상 밑에 테이프로 붙여진 도청 장치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의협 쪽은 최근 내부 문제로 비밀리에 회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일부 상임이사들의 실명이 의협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거론되는 등 외부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내부 논의 사항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유출되자 도청을 의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견된 도청 장치는 담뱃갑 정도의 크기로, 자체 녹음 기능은 갖지 않고 근처에 있는 수신기로 음성을 전송하는 일종의 방송용 무선 송신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안업체의 남형종 이사는 “도청 장치는 송신 거리 50m 안팎의 성능을 지녔으며 일반인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종류”라며 “계속 켜놓으면 건전지 수명은 이틀 정도이고 발견 당시에는 이미 방전돼 있었다”고 말했다.
의협은 도청기를 설치하고 수시로 건전지를 갈아끼울 수 있을 정도로 상근부회장 방에 손쉽게 출입할 수 있었던 점으로 미뤄 의협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인물이나 내부자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협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는 이 사안을 의협 창립 이래 초유의 불미스러운 사태로 규정하고 있다”며 범인 색출 의지를 밝혔다.
의협은 지난 3월 후보자 8명이 나서는 등 유례없이 치열한 선거전 끝에 장동익 회장이 선출됐으나, 그 뒤로도 반대파의 반발 등으로 분란이 이어졌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