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지난해 12월 하순 보고받아” 제보와 5개월차
지청장 “제보 내용만으론 압수수색 어려웠다” 해명
지청장 “제보 내용만으론 압수수색 어려웠다” 해명
대검 중수부는 18일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제보 내용을 지난해 12월 하순에야 처음 보고받았다고 밝혀, 첫 제보 접수부터 수사 착수까지의 검찰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일선 검찰청에서 내사를 진행하다 당시 지청장이 ‘이 사건은 지청에서 감당할 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해 12월 하순께 대검에 보고하고 사건을 넘겼다”며 “일선 검찰청에서 진행되고 있는 내사는 대검에 보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 내부 제보자는 “지청에서 지난해 7월 중순께 글로비스 등을 압수수색하려고 해 비밀금고의 위치와 사무실 구조 등을 상세히 설명해 줬다”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단순한 내사 수준이 아니라 본격적인 수사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5개월 동안 수사가 사실상 중단된 배경을 놓고 여러 궁금증이 일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재계 2위의 대기업을 수사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검찰이 머뭇거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채 기획관은 “일선 지청에서는 검사가 여러가지 일을 하게 돼 수사 진척이 느릴 수 있다”며 “상급청에 보고하는 것을 두려워해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5개월 동안 충분한 내사가 있었기 때문에 본사 압수수색 등 현대차 수사가 빨리 진행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비리 사건 등의 경우 몇년 동안 내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현대차 비자금 사건의 내사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제보자는 “7월 중순 이후 지청에 간 적이 없고, 간단한 전화 통화만 했다”며 “올 1월 대검에서도 지청에서 증언했던 내용을 고스란히 반복해야 했기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청에서 내가 진술한 내용을 담은 서류를 대검 관계자가 보여줬는데 두께가 5~6㎝ 정도였다”며 “검찰이 뭔가를 더 조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지청의 검사는 “위에서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한다”고 말했다는 게 제보자의 전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당시 지청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제보 내용의 신빙성을 확인하지 않고 압수수색을 하기는 어렵고, 당시 수사가 그럴 단계도 아니었다”며 “나름대로 제보의 신빙성을 확인한 뒤 대검에 보고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청에서 처음 제보를 받아 내사를 진행했던 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가 현대차 수사팀에 파견된 것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내사를 맡았던 검사가 상급청에 파견되는 것이 수사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에 파견된 검사는 내사를 진행했던 검사와 같은 지청에서 일하면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 그가 특별수사 경험도 풍부해 중수부에 파견됐다”고 설명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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