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에서 수사 착수까지
2005년 6월부터 8~9차례 검찰방문 “비자금 있다”
정작 본격수사는 올 1월에…검찰 고민 거듭한 흔적 현대차 비자금 사건의 내부 제보자가 입을 열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사건의 제보 경위와 ‘표적 수사’ 논란을 빚었던 검찰의 현대차 수사 착수 경위도 상세히 드러났다. ■ “위에서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한다” = 2004년 인사에 좌천을 당해 퇴직한 제보자는 지난해 5월 중순 처음으로 한 검찰청의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띄웠다. “5대 그룹 안에 드는 회사의 비자금과 탈세를 제보하겠다. 금액이 크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내용이었다. 6월 초순 수도권 지청의 검사한테서 “한번 방문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처음 지청을 찾아가서는 5시간 정도 주로 현대차가 글로비스를 설립한 이유와 글로비스가 이전에는 어떤 회사였는지 등을 설명해줬다”며 “비자금 조성에 대한 얘기도 일부 했다”고 말했다. 글로비스가 단순한 계열 기업이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루트라는 제보는 검사라면 귀가 번쩍 뜨일 내용이었다. 두번째 검찰에 나갔을 때 검사는 “굉장히 큰 문제인 것 같다”며 의욕을 보였고, 이때 처음 검사에게 자료를 건넸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제보자가 비자금 관련 회계 자료를 통째로 들고 나와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보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비자금 관련 회계 자료는 3~4쪽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비자금 조성 경위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검찰에 넘겼다고 한다. 제보자는 6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지청을 예닐곱 차례나 찾아갔다. 글로비스의 비밀금고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진술하기 시작했다. 그는 “7월 중순께 지청에서 글로비스를 압수수색하겠다고 해서 비밀금고 위치와 사무실 구조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줬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은 그로부터 5개월 이상 지난 1월께였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제보자도 “확실히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검사는 “위에서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한다”고 하더니, 12월 무렵엔 “사건이 커서 대검으로 갈 수 있다”는 정도의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이미 제보 내용이 대검에까지 보고된 상태여서, 재계 2위 대기업의 비자금에 손을 대는 문제를 놓고 검찰이 고민을 거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제보자를 처음 조사했던 검사는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 대검 중수부 나서다=지난해 12월 하순 대검 중수부에서 연락을 받은 제보자는 올 1월부터 중수부에 나가 지청에서 했던 진술을 다시 반복했다. “1월 초부터 한달에 서너 차례 대검 중수부에서 현대차와 글로비스의 비자금 담당자들, 비밀금고 등에 대해 자세히 진술했다. 비자금이 들어가는 것을 직접 포착하려면 누구를 미행해야 하는지도 설명해줬다.” 대검이 수사에 착수한 지 석달 남짓 지난 3월26일, 중수부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이 한가로이 휴일을 맞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와 서울 원효로 글로비스 사옥에 들이닥쳤다. 제보자로부터 현장 구조를 숙지한 이들은 머뭇거리지 않고 글로비스 사옥의 9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이들은 글로비스 직원들을 시켜 사장실에 인접한 문서고의 서가를 밀어냈다. 마지막까지 움직이지 않고 붙박이로 고정돼 있던 서가 하나를 밀치자 벽이 나타났다. 이를 뜯어내자 네댓평짜리 방이 보였고 안에는 비자금을 관리하는 은행금고가 놓여 있었다. 비자금 수사의 핵심 증거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정작 본격수사는 올 1월에…검찰 고민 거듭한 흔적 현대차 비자금 사건의 내부 제보자가 입을 열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사건의 제보 경위와 ‘표적 수사’ 논란을 빚었던 검찰의 현대차 수사 착수 경위도 상세히 드러났다. ■ “위에서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한다” = 2004년 인사에 좌천을 당해 퇴직한 제보자는 지난해 5월 중순 처음으로 한 검찰청의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띄웠다. “5대 그룹 안에 드는 회사의 비자금과 탈세를 제보하겠다. 금액이 크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내용이었다. 6월 초순 수도권 지청의 검사한테서 “한번 방문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처음 지청을 찾아가서는 5시간 정도 주로 현대차가 글로비스를 설립한 이유와 글로비스가 이전에는 어떤 회사였는지 등을 설명해줬다”며 “비자금 조성에 대한 얘기도 일부 했다”고 말했다. 글로비스가 단순한 계열 기업이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루트라는 제보는 검사라면 귀가 번쩍 뜨일 내용이었다. 두번째 검찰에 나갔을 때 검사는 “굉장히 큰 문제인 것 같다”며 의욕을 보였고, 이때 처음 검사에게 자료를 건넸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제보자가 비자금 관련 회계 자료를 통째로 들고 나와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보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비자금 관련 회계 자료는 3~4쪽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비자금 조성 경위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검찰에 넘겼다고 한다. 제보자는 6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지청을 예닐곱 차례나 찾아갔다. 글로비스의 비밀금고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진술하기 시작했다. 그는 “7월 중순께 지청에서 글로비스를 압수수색하겠다고 해서 비밀금고 위치와 사무실 구조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줬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은 그로부터 5개월 이상 지난 1월께였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제보자도 “확실히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검사는 “위에서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한다”고 하더니, 12월 무렵엔 “사건이 커서 대검으로 갈 수 있다”는 정도의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이미 제보 내용이 대검에까지 보고된 상태여서, 재계 2위 대기업의 비자금에 손을 대는 문제를 놓고 검찰이 고민을 거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제보자를 처음 조사했던 검사는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 대검 중수부 나서다=지난해 12월 하순 대검 중수부에서 연락을 받은 제보자는 올 1월부터 중수부에 나가 지청에서 했던 진술을 다시 반복했다. “1월 초부터 한달에 서너 차례 대검 중수부에서 현대차와 글로비스의 비자금 담당자들, 비밀금고 등에 대해 자세히 진술했다. 비자금이 들어가는 것을 직접 포착하려면 누구를 미행해야 하는지도 설명해줬다.” 대검이 수사에 착수한 지 석달 남짓 지난 3월26일, 중수부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이 한가로이 휴일을 맞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와 서울 원효로 글로비스 사옥에 들이닥쳤다. 제보자로부터 현장 구조를 숙지한 이들은 머뭇거리지 않고 글로비스 사옥의 9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이들은 글로비스 직원들을 시켜 사장실에 인접한 문서고의 서가를 밀어냈다. 마지막까지 움직이지 않고 붙박이로 고정돼 있던 서가 하나를 밀치자 벽이 나타났다. 이를 뜯어내자 네댓평짜리 방이 보였고 안에는 비자금을 관리하는 은행금고가 놓여 있었다. 비자금 수사의 핵심 증거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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