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잘못 반성 어린이안전교육 석사논문 써
보상금으로 안전재단 운영…생활은 아내 몫
사고 나지 않는 환경 만드는 것이 최선
보상금으로 안전재단 운영…생활은 아내 몫
사고 나지 않는 환경 만드는 것이 최선
[이사람] ‘씨랜드 참사’ 뒤 ‘안전 전도사’ 된 고석씨
쌍둥이 두 딸을 잃은 뒤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장난기 많아 잠시도 가만 못 있는 아이’들에게 ‘무심한 어른들, 욕심많은 어른들, 심술궂은 어른들’(추모시 〈아이야〉 중에서)이 만든 세상은 온통 위험 투성이었다. 더는 안 된다, 어른들 잘못으로 어린이가 희생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7년을 살아왔다.
씨랜드 참사로 쌍둥이 두딸(당시 7살)을 잃었던 고석(43)씨가 ‘어린이 안전교육의 실효성 검증’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내놓았다. 논문은 7살 어린이 38명을 대상으로 “가정내 안전, 교통안전, 유괴·성폭력 등에 초점을 맞춰 교육을 했더니 안전문제 해결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고씨는 교육이 우선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전 교육은 아이들이 위험 앞에서 최소한의 방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이상은 아니에요. 아예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죠.” 그는 “최근 스쿨존 지정 등 어린이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싹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논문을 내놓을 수 있었던 건 고씨가 지난 7년을 고스란히 어린이 안전 지킴이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참사 이후 “도저히 아무일도 없었던 듯 일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던” 고씨는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신 보상기금을 모아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을 설립해 운영에 나섰다. 그는 매일 아침 8시 제일 먼저 출근해 직접 빗자루를 들고 사무실을 청소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해부터 그는 유아보호용장구(카시트) 보급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 사고 발생원인 1위가 교통사고이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에서야 100만원 남짓한 돈을 받는 상근직 어린이 안전교육관장을 맡게됐다. 당연히 생활비 마련은 초등학교 특기적성교육 교사인 아내 장아무개(39)씨 몫이다. 경제적 어려움과 극복되지 않는 슬픔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이 일을 통해 7살 쌍둥이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딸 둘을 가슴에 묻은 아빠의 책상에는 딸들을 비롯해 같은 날 하늘로 간 19명의 아이들 사진이 놓여있다. 고씨는 매일매일 그 사진을 보며 “다시는 이런 슬픔이 없도록, 사고로 희생되는 어린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약속을 한다.
글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사진 서울 송파구청
글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사진 서울 송파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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