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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대차 재판’ 지각ㆍ설전 ‘촌극’

등록 2006-07-31 22:04

피고인 3명 지각에 휴정…검찰-피고인 `회유설' 공방
31일 열린 현대차 채무탕감 로비 의혹 공판에서는 피고인들이 무더기로 지각해 재판이 지연되고 피고인이 검찰의 회유 의혹을 주장하며 검사와 설전을 벌이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상철 부장판사) 심리로 31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던 `현대차 로비' 재판은 성동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상배ㆍ연원영ㆍ하재욱씨 등 3명이 제 시간에 출석하지 않은 탓에 1시간이나 지연됐다.

박씨 등 3명이 늦은 이유는 검찰이 공판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늦게 했기 때문.

이날 공판은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의 변호인 반대신문부터 시작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도착하지 않아 재판도 지연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재판장은 피고인 3명이 나오지 않자 검찰에 "연락을 안 했습니까"라고 물었고, 검찰이 머뭇거리는 사이 법원 직원이 확인한 결과 출석 통지가 늦게 이뤄져 구치소를 늦게 출발한 것으로 확인돼 재판장은 휴정을 선언했다.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하재욱 전 산은 팀장은 서울 성동구치소에,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과 이성근 전 산은캐피탈 사장, 김유성 전 대한생명 감사, 이정훈 전 자산관리공사 부장은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김 전 대표는 서울구치소에 각각 분리 수감돼 있다.

이는 김동훈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있는 일부 피고인들이 같은 호송차를 타고 이동하며 김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고 진술을 바꾸도록 요구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해 검찰이 김씨를 제외한 7명을 2곳의 구치소에 분리 수감했기 때문이다.

결국 제 시간보다 55분 가량 지나서야 피고인들이 모두 법정에 나타났고 공판은 오후 3시부터 연원영씨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부터 진행됐다.


연씨는 변호인 신문에서 사장 재직 시절 비서가 꼼꼼히 날짜ㆍ시간대별로 메모한 업무노트에는 김동훈씨가 자신에게 돈을 줬다고 주장한 날짜에 사무실을 방문한 기록이 없는 점, 자신과 김씨가 대학 동창이지만 출신 고교도 서로 모를 정도로 친하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5천만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연씨는 "검찰이 수사 초기 `순순히 자백하고 협조하면 불구속되도록 해 주겠다'고 회유했고 검찰 출신 변호사 2명도 검찰 간부와 면담한 뒤 `자수해야 구속을 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난생 처음 체포돼 겁이 나 구속은 면하자는 생각에 검찰이 묻는 대로 `돈을 받았다'고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신문이 끝나자 검찰측이 즉각 추가 신문을 요청해 연씨에게 "언제 자백하면 불구속으로 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했나", "그럼 왜 구속됐을 때 약속 위반이라고 항의하지 않았나"고 강하게 따졌지만 연씨도 "듣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들었다"며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재판장이 연씨에게 재차 발언의 취지를 물어 "자백을 하면 불구속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된다"는 답변을 듣는 것으로 검찰과 피고인 간 설전은 일단락됐다.

한편 김동훈씨의 증인 채택을 놓고 피고인들의 변호사들 간에 실랑이가 오갔다.

김씨가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다른 피고인 7명의 변호인측이 김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려 하자 김씨 변호인이 "돈을 받지 않았다는 피고인이 모두 7명인 7대1의 열세적인 상황에서 이들이 모두 김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면 김씨가 신문과정에서 위축되고 인격 모독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에도 공동 피고인의 경우 상 피고인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이 있다"며 "피고인 신문으로 대체하자"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다른 피고인 변호인 측은 "김동훈씨가 증인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객관적 진실을 어떻게 밝힐 수 있겠느냐"며 "다른 피고인들은 김씨와 공범이 아닐뿐더러 김씨가 증인으로 나오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 변호인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피고인들이 다투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쟁점에 김동훈 피고인이 있고 판례상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대신 효율적인 재판진행을 위해 1시간 범위 내에서 신문해 주기를 바란다"고 변호인들에게 당부했다.

다음 공판은 8월2일 오후 3시30분에 열린다.

임주영 김태종 기자 z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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