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9시께부터 교통체증도 점차 풀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2차 본협상 사흘째인 12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농민과 노동자, 시민단체 회원 등 2만8천여명(범국본 6만명 주장)이 서울 도심에서 오후 9시까지 `한미FTA저지 2차 범국민대회'를 열었으나 당초 우려했던 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반(反)FTA 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서울역광장과 서울광장, 탑골공원 등에서 사전집회를 열어 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했으나 새벽부터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집회 참석자는 예상인원(약 10만명)보다 훨씬 적었다.
시위대는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30여분 간 집회를 진행한 후 청와대 주변을 포위하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벌이려 했으나 경찰이 전ㆍ의경 2만4천여명과 버스를 동원해 청와대와 미국대사관 주변 등 광화문 일대 주요 도로를 전면 차단하는 바람에 좌절됐다.
이후 시위대는 광화문 진입을 시도하며 전ㆍ의경과 몸싸움을 벌였으나 큰 충돌은 없었으며 오후 8시부터는 미대사관과 광화문열린시민마당 등에서 정리집회를 한 뒤 자진해산했다.
일부 시위대는 미대사관 담에 계란 50여개를 던지고 전경 버스의 타이어를 펑크내거나 창틀을 뜯어냈으며 몸싸움 과정에서 시위대와 전ㆍ의경 수십여명이 찰과상 등 경상을 입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 등 1천여명은 범국민대회 후 FTA 2차 협상이 열리고 있는 신라호텔 주변으로 이동해 2시간 가량 경찰과 대치한 뒤 광화문으로 돌아가 오후 10시께 스스로 해산했다.
대학생들은 이날 낮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미신고 불법집회를 벌인 혐의(집시법위반)로 경찰에 연행됐던 KTX여승무원지부 등 장기분쟁사업장 노동자 95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밤까지 광화문에 남아있었으나 경찰이 이들 노동자를 오후 9시30분께 석방하자 해산했다.
경찰은 최근 이틀간 신라호텔 입구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것을 저지했으나 이날은 기존 방침을 바꿔 이병천 강원대 교수와 작가 홍세화씨가 신라호텔 입구에서 예정대로 1인시위를 벌일 수 있었다.
범국민대회에 참가했던 농민 중 1천여명은 홍대 체육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내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훈련원공원에서 FTA저지 집회를 다시 벌일 계획이다.
한편 선진화국민회의 등 12개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은 오후 2시 서울 종로5가 지하철역 주변에서 한미FTA추진 지지 집회를 열고 1개 차로를 이용해 신라호텔까지 행진했다.
일부 인터넷신문은 보수단체측이 집회에 참가한 노인들에게 4천원씩 금품을 살포했다고 보도했으나 선진화국민회의 서경석 사무총장은 "금품살포에 대해 아는 바 없으나 집회에 참가한 목사님이 선의의 뜻을 갖고 개인적으로 점심값을 줄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8시가 넘어 시위대가 해산하기 시작하면서 오후 내내 계속됐던 서울 도심 교통체증도 점차 풀렸다.
시위대 인파 때문에 오후 4시부터 전동차가 서지 않았던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5호선 광화문역도 오후 7시가 넘어 정상 운행했으며 시청 앞과 세종로4거리 등 종로 인근 주요도로의 통행도 모두 재개됐다.
폭우로 통행이 제한됐던 도로도 동부간선도로와 잠수교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의 통행이 재개됐고 물에 잠겼던 경춘선은 오후 8시25분부터 정상 운행했으며 지하철 3호선 일산선 구파발∼대화 구간은 13일 오전 5시15분 첫 전동차부터 운행할 예정이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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