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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친일’ 후손 책임 어디까지…

등록 2006-07-11 19:07

대사모 “조부 친일행적 이장무 교수 서울대총장 취임 안돼”
한쪽선 “연좌제 논리 바람직 안해…정치적 오용 가능성도”
오는 19일로 예정된 이장무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의 24대 서울대 총장 취임을 반대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임’(대사모)의 1인 시위가 지난달부터 11일까지 19일째 서울대 들머리에서 이어졌다.

이들은 이 교수의 할아버지이자 근대 한국 역사학계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두계 이병도(1896~1989)의 친일 행적을 거론하며 “반민족행위를 한 역사학자의 손자가 한국의 대표 대학인 서울대의 총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사모 회원들은 이 교수가 사는 성남 분당의 한 아파트 주변에서까지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국민 정서상 선조의 ‘친일’을 ‘유산’으로 감당해낼 공인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이번 사안은 좀 다르다는 지적도 많다. 대사모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반대 의견도 따라 커지고 있다. 선조의 잘못과 책임을 후손에게 되묻는 정도의 수위를 이성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병도씨가 사학자로서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등 학술적인 차원에선 친일을 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선조의 친일 문제를 연좌제처럼 후손이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경우는 친일부역한 조상들의 땅을 되찾으려는 후손들의 행태와는 종류가 다른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에 견줘 대사모의 박용준씨는 “친일파여서 불이익을 받은 자의 후손이 또 불이익을 받았을 때 연좌제란 말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이병도는 되레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은 사람이고 무엇보다 친일사학으로 우리 역사를 비틀어 놓았기 때문에 그 역사를 바로잡는 데 손자가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이 교수에게 ‘친일파의 후손이어서 책임을 지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학문과 역사를 왜곡한 할아버지에 대한 학자로서의 견해와 서울대 총장으로서의 태도를 밝히라’는 것”이라며 “문제는 이 교수가 침묵하고만 있는 데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교수의 동생 건무씨도 2003년부터 최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일했으나, 형이 서울대 총장 후보로 선출되고 조부의 친일 논란이 불거질 즈음 스스로 물러났다.

이윤갑 계명대 교수(사학과)는 “이게 다 친일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벌어지는 희극”이라며 “이 교수도 주요 공직자로서 조부의 친일 논란에 대해 생각을 밝히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장무 교수는 지난 5월 치러진 제24대 서울대 총장후보 선정 결선투표에서 1위로 총장 후보로 선출됐으며, 1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임명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병도는 한국의 역사 왜곡에 앞장섰던 일제의 대표적 학술단체인 조선사편수회에서 편수사보 등으로 일했으며, 해방 뒤 문교부 장관과 학술원 회장, 서울대 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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