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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고 성추행 괴담’ 늑장조사 파문

등록 2006-06-26 19:08

40대 교사, 제자에 성적 농담·지휘봉으로 더듬어
학교, 한달여 방치하다 여교사 징계요구에 ‘뒷북’
서울 송파구 ㅇ고등학교의 간부 교사가 학생들에게 노골적인 성폭력을 일삼다가 출근 정지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하지만 이 학교는 피해 학생들 사이에서 파문이 인 지 한 달이 넘도록 사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 몇몇 여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로소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장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4월 한 3학년 교실에서 ㅇ(46) 교사는 칠판에 난데없이 노골적인 성적 농담에 해당하는 글귀를 적은 뒤 ㄱ양에게 읽어보라고 지시했다. 한 교사는 “당시 피해 학생이 ‘한글을 모른다’며 그 상황을 벗어났다”고 전했다. 등굣길 지도 단속 중에는 짧은 상의의 여학생에게 “○○○(가슴의 비속어)를 자랑하려고 하느냐”며 지휘봉으로 몸을 더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학교 쪽은 ㅇ 교사를 학내 성희롱심의위(성심의위)에 지난 14일께 회부했지만, 여러 학생들은 성심의위에 회부된 사안 말고도 더 많은 피해사례를 주장하고 있다. 또 학교 쪽은 올 초 ㅇ 교사를 생활지도 책임교사로 임명했으나, 이달 초 여교사들이 ㅇ 교사의 징계를 요구하자 비로소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학교 쪽은 성심의위에서 ㅇ 교사가 관련 행위를 인정했는데도 관할 교육청에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학교는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올 상반기부터 의무적으로 설치한 성심의위에서 처리된 사안을 해당 교육청에 반기별(다음달 7일 마감)로 현황 보고토록 되어 있다.

이 학교 최규완 교장은 “수업중 성적 농담 사건과 등굣길 사건 등을 ㅇ 교사가 대부분 시인했다”며 “성심의위의 조사가 끝났고 이번주 학교 징계위에 넘겨, 결과가 나오면 보고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9일까지 교단에 섰던 ㅇ 교사는 현재 학교장 재량으로 보직 해임과 출근 정지를 당했지만 징계위의 조처가 이뤄지기 전까진 재직 상태다.

ㅇ 교사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성심의위에 회부된 내용 이외의 다른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ㅇ 교사는 “희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이 수업 분위기를 돋우려고 했던 게 오해를 사 학생들에게 사과했다”며 “이 정도로 심각해질 일인지 몰랐고 징계는 달게 받겠지만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학교 쪽의 조처도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ㄱ양의 부모는 “딸이 더는 힘들어하는 걸 원치 않는다”며 “대입을 앞두고 있어서 더는 문제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지난 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성폭력·희롱 상담사례 2348건 가운데, 학교·학원 내 사건이 202건(9.4%), 교육자에 의한 피해사례도 91건(4.2%)이나 됐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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